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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글 | 하종은 테오도시오
(카프성모병원 병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1만3천 명이 넘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사망원인 통계 결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사망원인 중 5위이고, 교통사고 사망자와 비교해도 3.6배가 많습니다. 조현병 환자를 진료 중 사망한 정신건강의학과 故 임세원 교수는 그의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긴 바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며 그것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자살을 시도하는 것일 뿐, 결코 죽음 그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지금 비록 자살을 결심하고 계획하고 있는 사람조차, 그가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살에 이르기 전에 ‘우울증’이 선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을 초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자살률 또한 현격히 줄일 수 있습니다. 자살이 유일한 선택지인 것처럼 여기던 환자가, 증상이 호전된 후에는 ‘내가 왜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1천만 명까지 추산되지만, 치료율은 5%밖에 되지 않습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직간접으로 죽음을 이야기하거나, 자기를 비하하거나, 식사·수면 리듬이 변하거나, 대화를 피하고 혼자 있으려 하거나, 공격적이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죽을 용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자살은 죄악이다.’와 같은 잘못된 조언은 그들을 더욱 외롭게합니다. 그 말 중에는 마음의 병에 대한 편견과 냉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3명 중 1명은,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울증이나 자살에 관해 묻기만 해도 이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공감하는 마음으로 이해해주고, 들어주고, 전문적인 치료를 권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또한, 우울한 사람에게 술을 권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자살은 이성적인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분노, 화, 불안을 담당하는 변연계의 균형이 깨질 때 그 시도가 늘어납니다. 술은 전두엽의 기능을 저하시키고 충동억제를 방해하며, 세로토닌 같은 물질에 영향을 주어 만성적인 우울감을 유발합니다. 우리가 이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술이나 가벼운 핀잔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입니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질병과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하셨습니다. 주님을 닮기를 바라는 그리스도인이라면 ‘마음의 병’에 대해서도 그리하여야 합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이나 자살예방 상담전화(1393)를 통해서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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