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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를 가지고 부활하신 예수님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4-16 15:12:10 조회수 : 634

육체를 가지고 부활하신 예수님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육체의 생생함을 지니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에 대하여 잠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육체적 생생함에 대해 숙고하면서 하루하루 지내다보니 토마시 할리크 신부님의 고해 사제의 밤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고, 저의 고민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그 일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테야르의 진단은 이러하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그리스도교는 비인간화되었다. 한때는 강렬한 영적 흐름을 고취할 수 있었던 그리스도교가 이 무렵 새로운 가치들을 흡수하지 못한 채 주저하며 내향적으로 변했다. 특히 현대 인본주의와 새로운 자극에 대한 열망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현대인들의 종교적 열정에 응답하지 못했다. 그 결과 그리스도교가 더 이상 전염력을 지니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은 다른 길을 찾았다. 그리스도교는 더 이상 인류의 공동 이상이 아니었고 생산력을 잃었다. 이는 세상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과 영적 실천은, 물질과 창조를 부정한 마니교의 이원론, 자연스러운 인간 행동을 향한 비관적 태도와 병적 금욕주의를 보이고 원죄에 집착한 얀센주의 같은 낡은 이단들로 절름발이가 되었다. 현대의 그리스도교는 하느님과 세상의 역동성을 모두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주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이해는 틀에 박혀 있었고, 이런 이유로 경직된 신관과 편협하고 사적인 구원관을 갖게 되었다”(분도출판사, 토마시 할리크, 고해 사제의 밤 55p).

 

저자는 테야르의 사상을 인용하며 땅의 충실성을 강조합니다. 이는 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인간의 이성, 감성, 과학, 정치, 경제, 문화 등)의 그 구체적 육체성을 사랑하며, 그 구체적 육체성 안에 숨어계신 하느님을 찾고자 투신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충실성을 위한 숙고와 사랑으로 통합하려는 헌신을 통해서만 예수님 부활의 생생한 체험과 증언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육체의 생생함을 가지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땅의 모든 일을 사랑하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절절한 마음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제자로서 이 충실한 사랑의 마음을 지니지 못한다면 우리의 증언은 세상과 사람들의 삶에 동떨어지거나 오히려 영적인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삶에서 부딪치는 구체적 문제들에 자유와 해방의 구원을 가져다주는 부활하신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고 증거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글 | 서용운 미카엘 신부(2대리구 청소년1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