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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10월 31일 _ 김건태 루카 신부

작성자 : 김건태 작성일 : 2025-10-30 조회수 : 160

율법 위에 사랑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친구들과 지인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나누곤 했습니다. 오늘 예수님도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식사하시면서, 안식일 준수의 정신을 가르치는 기회로 삼으십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제정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 앞에서, 예수님은 이미 여러 차례 치유의 기적을 행하신 바 있으나, 오늘은 더욱 거리낌이 없어 보이십니다. 지상에서의 구원 사업을 마무리할 수난의 마지막 여정에 서 계시기 때문이며, 치유의 명분이 두드러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 안식일의 성성(聖性)에 관한 율법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앞에는, 분명 초대받지 않은, 수종을 앓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연일 수도 있고 계획적일 수도 있지만, 예수님은 함정을 두려워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병을 죄의 결과로 인식하고 있음을 잘 알고 계셨기에, 이 병자를 치유함으로써 병과 함께 죄로부터의 해방을 동시에 이루어 내실 것이며, 이로써 안식일에 백성들이 하느님을 더 흠숭하고 더 찬미하도록 이끄실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당신을 제대로 응시하지도 못한 채 지켜보고만 있는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물으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느냐?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을 뿐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그들 앞에서 그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느님의 사랑과 능력을 펼쳐 보이십니다. 병자를 가까이하여 손을 얹어 치유해 주신 다음, 돌려보내십니다. 모든 것이 정리되고 마감된 듯하나, 주위의 사람들은 아직인 것 같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긍 또는 인정할 때가 되었으나,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닫혀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예수님은 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제치시고자 질문을 던지십니다. 평소에 그들에게 그런 일이 닥쳤을 경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일을, 자식과 가축에 관한 일을 예로 들어 물으십니다. 사랑과 관심을 표명하는데 시간과 장소가 대수겠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으로 예수님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밝히고자 하십니다. 하느님은 당신 자녀를, 특히 죄인들을 사랑하시는 분이며, 안식일은 하느님께서 이들을 족쇄에서 풀어주시며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 보이시는, 거룩한 날임을 천명하십니다.

예수님과 함께 식사에 초대받은 모든 이는 율법 위에 사랑과 자비가 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는 결코 예수님의 질문에 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 말씀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오늘 하루, 하느님에 대해 말한다는 것, 예수님의 가르침과 행적에 대해 묵상한다는 것, 교회의 가르침과 제반 규정을 살펴본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사랑 안에 정리되고 집약된다는 확신으로, 좀 더 사랑하는 마음과 실천으로 꾸며나가는, 아름다운 하루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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