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있었던 일 하나가 생각납니다.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사이버수사대에서 전화한 것입니다. 어떤 분이 저를 해커로 신고했다는 것입니다. 매일 묵상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데 휴대전화에 있는 자기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자기 휴대전화를 해킹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신고한 것입니다.
당연히 해킹했을 리가 없지요. 그분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이런 사연을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분이 간과한 것은 자기 생각을 남도 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경험만이 아닌 남도 할 수 있는 경험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볼 때 매번 특별한 고백이 이루어질까요? 다 비슷합니다. 나만 특별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두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비슷한 삶을 살 뿐이었습니다.
모두가 비슷하다는 생각, 이 생각이 있어야 이웃과도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인들이 어떤 말로 헤어질까요? 대부분이 이런 말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너무 달라.”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을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만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는 겸손을 통해서만 공통점을 찾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겸손에 대해 말씀을 하십니다. 사람들은 높은 자리를 추구하지요. 높은 자리에 앉아야 특별한 자리를 인정해 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허영은 필요 없다고 하십니다. 그보다는 온유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주님의 삶을 본받으라고 권면하십니다. 이렇게 스스로 낮추는 모습은 주인으로부터 올림을 받아 영광스럽게 된다고 하십니다.
또,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높은 자리에 올라가 앉으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 강조하신 사랑의 삶을 온전하게 실천할 수 없습니다. 이 세상 안에서는 철저히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하기에, 높이는 삶이 아닌 낮추는 삶, 차이점을 찾는 삶이 아닌 공통점을 찾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자리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인이신 주님께서 결정해주심을 기억하면서, 우리는 주님 말씀에만 충실히 따라야 합니다. 온유와 겸손의 길을 따를 때 비로소 주님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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