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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묵상

4월 19일 _ 전삼용 요셉 신부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1-04-19 조회수 : 2909

성체가 하느님임을 믿으면 벌어지는 일:지금처럼 살지 않게 된다
 
오늘 복음은 5천 명을 먹이신 기적과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의 표징에 이은 성체성사에 관한 긴 요한복음만의 설교내용이 이어지는 첫 부분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징을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라고 하시며,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양식을 구하라고 하십니다.
 
이것이 분명 우리에게 주님께서 바라시는 뜻일 진데, 예수님은 그 하느님의 일, 곧 하느님의 뜻을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라고 하십니다.
 
우리는 성체를 영하면서 그분이 그리스도이시고, 또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심을 믿습니다.
그러나 믿을까요? 믿지 못합니다.
마치 예수님의 제자들이 아무리 예수님을 모시고 다녀도 그분이 막상 물 위를 걸어올 때는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던 것처럼 실제로는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이 없습니다.
 
예수님은 물 위를 걸으시며,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요한 6,20)라고 하십니다.
내가 영하는 성체가 그리스도이심을 진정 믿으면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여기서, “나다.”라고 하신 말씀은 모세에게 일러주신 하느님의 이름, “나는 나다.”에서의 “나다.”입니다.
 
부모와 함께 있는 아이도 두려움이 없는데, 하느님과 함께 있는 우리야 무엇을 두려워해야 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성체를 영하면서도 여전히 무언가 잃을 것을 두려워하여 그런 것들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청하곤 합니다.
이것은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며 할 행동은 아닙니다.
실제로 내 안에 하느님을 모시면 이러한 일이 일어납니다.
 
제가 아는 어떤 자매님은 이런 체험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분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도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고아처럼 자랐습니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세상은 두려운 곳이었고 알지도 못하는 신에게 불만을 가지며 살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술과 담배, 그리고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같은 수준끼리 만나게 되어있는 것이기에 자신보다 더 우울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약을 앞에 놓고 누가 먼저 죽을 것인지 이야기하는 게 대화의 주제였습니다.
 
자매는 이미 3번이나 시도하여 위세척으로 살아났지만, 여전히 삶을 대면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자녀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자녀도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많은 빚으로 더는 삶을 버티기 어려웠습니다.
 
어릴적에 세례는 받았지만 자매님은 성당에 제대로 다닌 적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산에 올라갔다가 밑에 성당이 보여서 찾아갔습니다.
마침 소공동체 모임을 하는 날이었는데 동네 사람의 초대로 엉겁결에 소공동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소공동체 복음 나눔의 내용이 5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었습니다.
이 대목을 읽는 중에 예수님을 만납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가엾은 마음’이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누군가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고 쓰다듬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분은 틀림없이 성경 구절에서 말씀하고 계신 예수님이 틀림없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 것입니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이후 3년 동안 울었다고 합니다.
3년 동안 아침에 일어나면 베개에 눈물이 흥건했다고 합니다.
처음 받아본 진짜 사랑 때문에 자아가 죽어 눈물로 솟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예수님을 만나고 눈물을 흘려보지 않았으면 거짓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개신교에서 개종하여 처음 성체를 영한 자매님이 눈물을 흘리며 “저는 지금까지 생명의 말씀이 예수님이라고 여겼는데, 진짜 그분의 살과 피를 이제야 먹고 마시게 되었습니다.
눈물이 나는 내가 이상한 것인지 그냥 영하고 들어가는 기존 신자들이 이상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번엔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합니다.
“너는 담배를 끊을 것이다……. 이제 끊었다.”
 
그때까지 20년 넘게 하루 두 갑씩 담배를 피워왔는데 그 순간 딱 끊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끊으려고 수없이 노력했는데도 안 됐는데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로 다시는 냄새도 맡기 싫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성체가 진짜 하느님임을 믿을 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그러니 우리는 실제로 성체가 하느님이라 믿고 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마음으로 성체를 영하기 위해 믿음을 성장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말씀을 많이 묵상하고 깨닫고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작은 체험들로 시작하여 성체만 영하면 아무리 큰 풍랑이 와도 이미 정박해 있는 배처럼 두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내가 세상에서 흔들리는 이유는 세상 많은 것에 집착하기 때문인데, 그 집착은 내 안에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생깁니다.
믿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려면 저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이들에게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일은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는 것이다.”
 
 
(전삼용 요셉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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