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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묵주기도 바로 알기

작성자 : 홍보실 작성일 : 2023-10-01 조회수 : 203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는 하느님의 성령의 인도 아래 제이천년기에 차츰 그 모습을 갖추었으며 많은 성인들의 사랑을 받고 교도권이 권장해 온 기도입니다. ····· 묵주기도는 분명히 성모 신심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는 그 소박한 구조 속에 모든 복음 메시지의 핵심을 집약하고 있으므로 마치 복음의 요약과 같습니다. ····· 그리스도인은 묵주기도를 통하여 성모님의 학교에 앉아서 그리스도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그 크신 사랑을 체험하게 됩니다.(1)

 

묵주기도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묵상하며 바로 그 신비의 본질과 동화되도록 도와 주는 적절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방법은 반복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각 신비에서 열 번씩 반복되는 성모송이 그러합니다. 이러한 반복을 겉으로만 보면, 묵주기도를 무미건조하고 따분한 행위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묵주기도를, 내용은 비슷하지만 그 느낌은 언제나 새로운 표현들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쏟아 붓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 기도를 전혀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인간의 마음을 지니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비와 용서가 흘러 넘치는 하느님의 마음을 가지셨을 뿐 아니라, 온갖 감정들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의 마음도 가지셨습니다. 복음서의 증거가 필요하다면, 부활하신 다음 그리스도께서 베드로와 나누신 감동적인 대화에서 이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그리스도께서는 베드로에게 세 번 이렇게 물으시고, 베드로는 세 번이나 , 주님.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하고 대답합니다(요한 21,15-17참조). 베드로의 사명에 매우 중요한 이 구절의 구체적인 의미는 제쳐두더라도, 누구나 이 세 번의 반복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반복 속에는 끈질긴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이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의 경험에서 우러난 친숙한 말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묵주기도를 이해하려면, 사랑의 고유한 심리적 역동성을 알아야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반복되는 성모송은 직접적으로는 성모님께 바치는 것이지만, 사랑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성모님과 함께 또 성모님을 통하여 예수님을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성모송의 반복은, 진정한 그리스도교 생활 양식인 그리스도와 더욱 완전히 동화되려는 의지를 키웁니다. 바오로 성인은 이러한 생활 양식을 열정적인 말로 표현하였습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그리고 죽는 것도 나에게는 이득이 됩니다”(필립 1,21).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20). 묵주기도는 우리가 성덕의 목표에 이를 때까지 이러한 동화를 도와줍니다.(26)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ROSARIUM VIRGINIS MARIAE)

 

워낙 자주 바치고 습관적으로 바치기 쉬운 기도이기에 가끔 다시 찾아보고 새기는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묵주기도라는 은혜로운 보물을 충실히, 또 바르게 바치고 하느님께 또 한 걸음 나아가는 여정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성지에서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