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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 집으로 가는 길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4-03-02 조회수 : 47

이른 아침입니다. 미세먼지와 안개가 자욱합니다. 성지 순교자 광장에

드리운 안개로 2층 사제관이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마치 구름 위를

산책하는 몽환적인 느낌입니다.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3월 인사 올립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이 양근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지난 2세계 병자의 날을 보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2024년은 전례력으로 나해입니다. 그래서 마르코 복음을 낭독합니다. 마르코 복음 1장에서 3장까지는 예수님의 치유사화로 가득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중풍에 걸리고 손이 마비되고, 더러운 영에 걸린 사람들을 치유해 주십니다.

우리 인간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립니다. 질병이란 무엇일까요? 질병은 영어로 disease, 즉 편하지 않은 마음입니다. 인간은 크게 육체의 영역, 가슴의 영역, 영의 영역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질병에 걸린다는 것은 육체와 가슴과 영의 영역에 조화와 균형이 깨진 것을 의미합니다.

먼저 육체의 영역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좋은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그래서 움직이면 살고 멈추면 죽는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로 가슴의 영역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책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그림을 감상하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어야 합니다. 셋째로 영의 영역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기도하고 묵상하고, 하느님과 대화해야 합니다.

한편 몸과 마음의 병은 마음을 다스리라는 하느님의 소리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도하지 않고 하느님과 멀어질 때 분명 몸에 병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은 마음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후서에서 너는 내 은총을 넉넉히 받았다. 나의 힘은 약한 데에서 완전히 드러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리스도의 힘이 나에게 머무를 수 있도록 더없이 기쁘게 나의 약점을 자랑하려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라면 약함도 모욕도 재난도 박해도 역경도 달갑게 여깁니다. 내가 약할 때 오히려 나는 강하기 때문입니다.’ 하고 자신의 심경과 신앙을 고백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이와 같은 신앙을 고백하게 되는 계기는 현대 신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가슴을 찌르는 듯한 바오로 사도의 고통은 다름 아닌 간질에 의한 결과로 보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통해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앓습니다. 특히 뭉크는 지나친 불안과 우울, 그리고 긴장으로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그러나 뭉크는 자신의 질병을 승화시켜 그 유명한 절규, 병든 아이, 마돈나, 사춘기, 태양 등의 위대한 작품을 완성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이 병중에 있을 때 마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며, 또한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오로 사도처럼 나의 약점과 질병을 감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을 관리하고 하느님의 소리를 듣고, 질병을 통하여 더욱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모든 사건 사고, 사람과 마음 간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육체의 눈이 아닌 가슴의 눈으로, 3의 눈, 즉 영의 눈으로 바라볼 때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예수님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죽음을 묵상하는 사순시기를 살고 있습니다. 사순시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의 집에서 살다가 영혼의 성숙과 성장을 위해 잠시 지구에 살다가 다시 하느님의 집으로 가는 존재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시길 하느님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참으로 많다.”고 하셨습니다.

흔히 집 나오면 개 고생 한다고 합니다. 집이란 참으로 편안하고, 안락하고, 행복이 있는 곳입니다. 지구에서 살다 보면 육체의 보존을 위해 돈, 명예, 물질에 끊임없이 몰두해야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돈, 명예, 물질이 우리를 참된 행복의 길로 이끌지 못하게 하고 우리가 가야 할 집의 거리를 더욱멀게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사순절을 보내며 우리는 하느님 말씀을 보고 듣고 읽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수행의 차원에서 기도와 선업(善業)을 쌓기 위한 자선과 봉사 또한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가는 존재입니다. 지구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집에 머무르지 못하면 우리의 인생은 뜨거운 아스팔트를 맨발로 걷고, 거친 자갈밭과 가시밭길에서 잠을 자는 신세와 같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본향을 그리며 아버지 하느님의 집을 아름답게 꾸며 나가야 할 것입니다.

3월 편지는 데살로니카 213절의 말씀으로 마무리합니다.

우리가 늘 하느님께 감사하는 것은 우리가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을 때에 여러분이 그것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않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이 하느님의 말씀은 믿는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