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올해의 마지막 한 달을 맞이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놀라게 되는 것은 익숙하지만 따라 오는 많은 생각들의 단상은 우리를 아쉽게 만들기도 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이기에, 그저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의탁할 뿐입니다. 올 한 해의 시간 안에서 우리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시고자 우리를 이끄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나약함과 부당함까지 헤아리시며 또 다른 새로움을 허락해주시기를 기도하는 때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어두운 우리 마음을 비추시는 참 빛으로 오시도록 그 분을 고대하며 올해의 마지막 한 달과 대림시기를 충실하게 보내면 좋겠습니다.
복음을 보면, 성전(聖殿)을 정화하시는 예수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일화는 공히 4복음서가 모두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스스로를 성전으로 칭하시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가 성령이 머무르시는 성전임을 가르치십니다. 그 가르침에 따라 바오로 사도 역시 선언합니다. “여러분이 하느님의 성전이고 하느님의 영께서 여러분 안에 계시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자를 파멸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6-17) 너무나도 분명하고 확고한 가르침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성전으로서의 우리는 때로 소란하기도 하고 너무 복잡하기도 하며, 깨끗하지 못하고 혼탁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우리 소망과는 다르게 많은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 내면을 스스로 보게 될 때가 많은 것이지요. 그래서 갖게 되는 무거움도 분명히 있게 마련입니다. 신앙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이러한 내적 묵상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전을 정화하시는 예수님의 거룩한 행위가 더 소중하고 고귀한 하느님으로서의 몸짓으로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바로 나 자신에게 그 정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정화하시고자 하실 때 그렇게 하시도록 받아들이고자 함이 아니라 오히려 맞서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 들어가시어 물건을 파는 이들을 쫓아내기 시작하시며,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예수님께서는 날마다 성전에서 가르치셨다.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과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았다.”(루카 19,45-47) 다시 제 모습을 찾으라는 가르침이 귀에 들리지 않고 그저 질타의 목소리로만 알아들으니 불편하고 저항하는 내면의 흐름에 휩쓸려, 가르침을 외면하고 자신을 주장하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마는 모습입니다. 그 결과는, 자기도 모르게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기에 골몰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빛을 받아들이기에 어려워하는 어둠을 오히려 빛이신 분께서 받아들이십니다. 그렇게 참 빛은 이 세상에 내려왔고 그 뜻을 이루시고자 묵묵히 십자가를 품에 안으십니다. 어둠이 아니라 빛으로 기울어지고자 하는 우리 내면의 큰 의지를 견고하고 새롭게 다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빛을 받아 드러나는 어둠을 하느님의 자비로 이겨내며, 올곧게 매듭짓는 올 한해의 마지막이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올 한 해도 변함없이 우리 성지를 위해 후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후원회원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늘 여러분들을 기억하며 성지에서 변함없이 기도와 미사 봉헌하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며 복된 대림시기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