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늘 사랑과 존경을 드리는 요당리 성지 후원회 형제, 자매님과 순례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1월말에 생각지도 않은 폭설이 내렸습니다. 습기를 가득 머금은 눈이 많이 내려 성지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소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넘어지고, 다른 여러 소나무들의 가지가 부러진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나무들의 피해는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대성당과 사제관의 지붕에 있는 물 배수로 관도 찌그러지고,떨어졌습니다. 보수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고쳐가며 사용할 수 있을 정도여서 안도의 한 숨을 내쉽니다.
대림시기를 지내고 계실 것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예수님의 오심을 잘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구약의 계약과 상징, 전형들을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예비하는 것으로 준비하셨고, 구약의 예언자들은 구세주로 오실 예수님에 대해 예언하였습니다. 신약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 직전에서 세상에 탄생하시는 ‘첫 번째 오심’을 준비하였습니다. 우리는 세상에 오셨던 이 ‘첫 번째 오심’ 인성탄을 지내면서 다시 오실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립니다. 우리도 하느님이 구약을 통해, 세례자 요한을 통해, 성탄을 통해 예수님을 준비하셨듯이 우리에게도 예수님을 준비하도록 하십니다. 이번 대림에 나는 어떤 준비를 ‘오실’ 주님께 드릴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지난달에 이어 기해박해에 대해서 보겠습니다. 앞서 당시 조선 천주교회의 사목자들이었던 프랑스 파리외방전교회 제2대 조선대목구장 앵베르 주교와 모방, 샤스탕 신부의 순교가 있었지만 박해는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밀고자 김순성 같은 사람들이 신자들을 계속 관아에 신고하여 신자들이 적발되었습니다. 신자들에 대한 처형이 참수에서 교수형으로 바뀌게 되는데 이는 조정에서 공적인 처형이 너무 많은 것을 두려워하여 옥중의 신자들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지시한 것 때문이었습니다. 전임인 이지연에 이어 당시 우의정 조인영이 이러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서울과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죽임을 당할 즈음, 조정에서는 11월 23일 척사윤음을 반포하여 천주교가 사학임을 다시 한 번 민중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이 대대적인 박해를 끝내고자 하였습니다. 당시 조정에서 이를 반포한 이유는 여론이 학살을 중지하자는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었고, 신유박해 때와 마찬가지로 이미 대부분의 주동자들이 체포 처형되었으므로 더 이상 박해를 끌어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새로운 박해는 일어나지 않았으나 기존에 체포된 신자들로 인해 순교자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의정 조인영은 여러 신자들의 순교에도 만족하지 않고 다시 옥중에 있는 신자들을 교수형에 처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기해년이 저물게되자 조정에서는 옥에 갇혀 있는 나머지 신자들의 처형을 서둘렀고 이후 많은 신자들이 순교하였습니다. 처형지가 서울 서소문에서 당고개로 바뀌게 되는데 이유는 상인들이 그 해 설날 대목장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정에 요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소문에서 사람들을 처형하는 것이 설날 대목장에 보기 안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지역과 순교자 관련해서는 서울의 옥중에서 이 가타리나, 조 막달레나, 조 바르바라, 정하상의 모친 유 세실리아가 순교했습니다. 포청의 옥에서 최 필립보와 동정녀 이 아가다, 순교자 김종한 안드레아의 딸이요 손연욱 요셉의 아내인 김 데레사, 이 막달레나, 정 안드레아, 앵베르 주교의 피신처를 마련했던 손경서 안드레아, 민극가 스테파노, 이사영 고스마가 순교했습니다. 서소문 밖에서는 초기 신자의 한 사람인 최창현의 아우 최창흡 베드로, 정하상의 여동생이자 유 세실리아의 딸인 정정혜 바르바라, 순교자 허계임의 딸이자 동정녀인 이영덕 막달레나, 고순이 바르바라, 과부 현경련 베네딕다, 조증이 바르바라, 한영이 막달레나가 순교하였습니다. 당고개에서는 회장 박종원 아우구스티노, 홍재영의 아들 홍병주 베드로, 권진이 아가다, 이경이 아가다, 최창흡의 아내 손소벽 막달레나, 동정녀 이인덕 마리아, 최경환의 아내 이성례 마리아, 홍병주의 아우 홍영주 바오로, 손소벽의 딸 최영이 바르바라, 회장 이문우 요한이 순교했습니다.
원주에서 최해성이 참수되었고, 옥중에서 그의 고모인 최 브리지다도 교수형으로 순교하였습니다. 충청도 해미에서는 전 베드로가 옥사하였고, 전라도 전주에서는 송인원 야고보, 심소사 바르바라와 김소사 아나스타시아가 옥사하고 12살쯤 된 이 아나스타시아는 교수형으로 순교했습니다. 홍재영 프로타시오, 오종례 야고보, 이소사 막달레나, 최소사 바르바라가 순교했습니다. 전라도 나주에서는 이춘화 베드로가 순교하였고 경기도 양근에서는 장사광 베드로와 손 막달레나 부부가 순교하였습니다.
이렇게 많은 기해박해 순교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당당하게 하느님을 안다고 증언한 이들 순교자들의 이름은 하느님 나라에서 순교자들을 알아보신 하느님의 생명의 책에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103위 성인들이신 기해박해 순교자들은 서울, 원주, 해미, 전주, 나주, 경기도 양근 등 어느 한 곳에만 태어나신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하느님을 증거하였습니다. 여러분도 곳곳에서 당당하게 주님을 증거하는 순교자의 후손이 되시어 역시 하느님 생명의 책에 이름을 올리시길 바랍니다.
강버들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