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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성지 신부님 글

위선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8-01 조회수 : 25

밤새 비가 왔습니다. 어제 주일 미사를 끝내고 성전 청소를 한 후에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깊은 잠을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기도를 하는데 비가 그친 후 이어서인지 세상이 온통 환한 빛으로 물 들었습니다. 참으로 축복받은 오늘입니다. 

  양근 성지 후원 가족 모두에게 8월 인사 올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 보내시기를 두 손 모아기도 드립니다.

  흔히 ‘내로남불’이라는 말을 사람들이 자주 쓰곤 합니다. 이 말의 뜻은 모두 알다시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은 자기를 합리화하고 이기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살며 타인을 질타하는 사람들을 가리킵니다.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곳은 먼저 ‘래거시 미디어(legacy media)’이며, 다음으로 정치인과 종교인이 해당됩니다.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전형적인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닮았습니다. 

  어느 이른 시각 목사님과 신부님이 지하철을 탔습니다. 오늘따라 만원입니다. 목사님 옆으로 예쁘지 않은 자매가 다가와 자꾸 부딪칩니다. 이에 목사님은 속으로 기도합니다. ‘주님 저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그러자 옆에 있는 신부님 쪽으로도 예쁜 자매가 자꾸 다가와 몸이 닿게 됩니다. 이때 신부님은 기도 합니다. ‘주님 당신 뜻대로 하소서’...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어떻게 형제에게 ‘아우야! 가만,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형제의 눈에 있는 티를 뚜렷이 보고 빼낼 수 있을 것이다.”

(루카 6,41-42)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들보’는 그야말로 집안의 천장을 받치는 대들보를 의미합니다. 타인에게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씀입니다. 

  간디가 살던 인도에 어머니가 아들을 데리고 간디에게 갔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단것을 좋아해 치아가 다 썩고 있으니 아이에게 조언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간디는 묵묵부답 침묵을 지키고 있었답니다. 어머니와 아들이 돌아가고 이를 지켜본 옆 사람이 간디에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셨습니까?’ 하고 물으니 간디는 ‘응, 사실 그때 내 입에는 맛있는 알사탕이 있었거든.’ 하고 대답합니다. 

  현대 영성가 캔윌버는 우주적인 시각으로 사람과 사물을 대하라고 합니다. 먼저 나의 시각에서 너로, 그다음에는 너에서 우리, 그다음에는 우리에서 나라, 그다음에는 나라에서 세상, 그다음에는 세상에서 지구, 그다음에는 지구에서 우주의 시각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우주적인 시각이란 한마디로 하느님의 시각을 의미합니다. 마태오 복음에 보면 ‘하느님은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모두에게 해와 비를 골고루 나누어 주신다’고 예수님이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참으로 의미가 깊습니다. 한마디로 하느님은 그 누구도 심판하거나 판단하거나 단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심판하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나의 시각이 아닌 우주적인 시각 곧, 하느님의 시각으로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면서 교만과 위선으로 얼룩진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루카 복음에서 예수님은 위선에 대해 말씀하시고 바로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 가시나무에서 무화과를 따지 못하고 가시덤불에서 포도를 거두어들이지 못한다. 선한 사람은 마음이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 (루카 6,43-45)  서양에 ‘레토리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한국말로 옮기면 ‘수사학’이 됩니다. 레토리케는 연설의 기술 혹은 설득의 기술이라는 그리스 말입니다. 수사학은 중국의 공자와 장자의 사상에서 나온 말로 몸과 마음을 닦아 바르게 말하는 것입니다. 

  여하튼 예수님은 사람의 말 속에 좋은 열매와 나쁜 열매가 있다고 하십니다. 그러므로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그리고 누가 ‘참’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을 잘 듣고 분석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정치인과 종교인의 말속에는 교묘한 거짓과 사기가 가득하니 잘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가 하는 말이 ‘흥’도 되고 ‘망’도 됩니다. 그러므로 망하는 말인, 죽겠다. 힘들다. 외롭다는 말을 버리고 흥하는 말인 아이 좋다. 행복하다. 즐겁다 등의 말을 자주 썼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모든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벗고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맞으며 홀딱 벗고 춤추는 날을 소망합니다.


2025년 8월 가면을 벗으면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