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내 성가정 성지 후원 가족 여러분, 그동안 평안하셨는지요? 저는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시작하여 가장 많은 순례객들이 방문하시는 성모 성월과 예수 성심 성월을 지나 이제는 무더운 여름과 장마를 기다리며, 그동안 돌보지 못한 성지 곳곳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한결같은 사랑으로 저희 성지를 아껴주시는 모든 후원 회원님들 가정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하며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여름의 시작과 함께 교회는 다시 연중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써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봄의 씨앗을 예수님께서 뿌리셨다면, 이제 제자들은 보호자 성령 하느님의 인도에 따라 두려움을 이기고 용기를 내어 온 세상에 말씀의 여름을 선포합니다.
지난 성령 강림 대축일에 교우 여러분들 모두 본당에서 저마다 성령 칠은 카드 중 하나를 내리받으셨겠지요? 깨달음, 슬기, 의견, 두려움, 효경, 굳셈, 지식! 저는 그 가운데 이상하리만치 ‘경외’를 자주 뽑곤 하였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살아가는 한 해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혹시 교우 여러분들 중에는 ‘하느님 제게 하나의 은사만 아니라 둘, 셋, 아니 이왕 주시는 거 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기도를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물론 저도 그랬고 사실 지금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은 기도를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삶의 나이테가 쌓일수록 조금은 더 성숙한 기도를 바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도 베드로는 저마다 받은 은사에 따라, 하느님의 다양한 은총의 훌륭한 관리자로서 서로를 위하여 봉사하라고 권고하십니다.(1베드 4,10) 이 말씀에 따르면 모든 은사는 주어진 각 개인에게 특별한 기쁨이며 감사인 동시에, 공동체 모두가 서로를 위한 봉사로 더 높이 성장하도록 이끄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은사는 하느님-나의 관계에서 ‘무엇을 받았는지’라는 질문에 그치지 않고, 나-이웃의 관계에서 ‘무엇을 나누는지’도 함께 돌아보게 하시며, 각자의 응답만큼 하느님-나-이웃을 잇는 사랑의 친교로 우리를 인도해 주십니다.
“지금 말하고 있는 저들은 모두 갈릴래아 사람들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저마다 자기가 태어난 지방 말로 듣고 있으니 어찌 된 일인가?”(사도 2,7-8)
서로 다른 언어로 하나의 같은 계시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께서는 이 땅에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계신 것처럼 우리도 각자의 다름, 때로는 틀림마저도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라는 믿음에 힘입어 같이 마주 보고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면, 그것은 주님께서 친히 초대하시는 거룩한 친교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단내 성가정 성지 후원 가족 여러분, 저마다 주님의 기쁜 소식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