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는데,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루카 11,1-4 참조) 주님의 기도 가운데, 내 편에서 청을 하면서 하느님께 조건을 두는 구절이 있습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소서.”
‘잘못’은 ‘debito’라는 말로도 번역됩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채무자 또는 피고인을 가리킬 때 사용됩니다. 다시 말해, 나에게 빚을 진 사람이고, 내가 고소할 만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제가 용서할테니, 아버지 저희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합니다. 이 문장을 조건을 둔다는 맥락에서 하느님의 입장에서 따진다면, “너에게 죄를 지은 사람을 네가 용서하지 않았으니, 나도 너의 죄를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마태 6,14-15), 이렇게 말씀하셨는가 봅니다.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
한편, 마태오 복음 18장 23절부터 35절에서 만나게 되는 ‘매정한 종’은 만 탈렌트를 빚지고서도 그 빚을 임금에게 탕감받습니다. 그런데 그 종이 나가서 자기에게 백 데나리온을 빚진 동료 하나를 만났습니다. 그러자 그를 붙들어 멱살을 잡고, 고문 형리에 넘겨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습니다. 많은 죄를 용서받은 사람은 큰 사랑을 드러냅니다(루카 7,36-50 참조).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자주 바치는, 그리고 자주 바치게 되는 기도입니다. 우리는 주님의 기도를 바치면서 고백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저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할 테니, 제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