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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성지 신부님 글

당신 품삯이나 받고 돌아가시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11-01 조회수 : 4

아침부터 포도밭에서 일한 일꾼들이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말합니다.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마태 20,12)


‘성당에 다니면서 어떻게 해서든 주일 미사를 거르려 하지 않고, 신자로서 하느님의 계명에 따라 살려고 애를 쓴 사람과 율법과 계명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살다가 죽기 전에 대세를 받고 하느님 앞에 간 사람 가운데 누가 구원을 받을까요?’라는 질문에 선뜻 우리는 ‘성당에 오래 다닌 사람이요’라고 대답하지 못합니다. 망설여진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는 구원받고 누구는 구원 못 받을지 그 소관은 하느님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밭에서 오래 일하였고 또 더 많이 일한 사람에게, 구원 티켓의 예약 확률이 높음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만약에 여러분이 포도밭에서 일했던 사람이었고, 예수님께 이런 질문을 직접 받는다면,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으신가요? “주인님, 제게 어떻게 그러실 수 있으세요! 어떻게 저 사람과 저를 같이 취급하시나요! 억울합니다.!” 이런 억울함이 있지 않을까요? 그러나 우리는 밭에서 일하는 일꾼일 뿐이고, 밭의 주인은 하느님이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 마음대로 품삯을 주어야 하느님이시지, 내가 생각한 대로 그렇게 하시는 하느님은 어쩌면 하느님이 아닐 수도 있겠다.’


우리는 온 누리의 임금이신 하느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아야만 하고, 그래서 당신의 자비만을 청할 수밖에 없는 처지임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