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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유경촌 주교 선종]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추도사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25-08-18 조회수 : 180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을 기리며

- 유경촌 주교님 고별식 추도사 -

 


지난 금요일 온 교회가 큰 기쁨으로 맞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 열리던 그 순간,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님께서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으셨습니다. 33년간의 사제 생활 중 11년 반의 주교 직무를 내려놓고, 그렇게도 그리던 주님의 품 안에 드셨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하며 깊은 영성으로 사시던 주교님은 2023년 말 예기치 않게 병환을 얻게 되었고, 그간 혹독한 투병 생활을 하며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셔야 했습니다. 주교님은 신자들에게 보낸 2024년 성탄 메시지를 통해서 당신의 병세와 경과를 소상히 알리며 치유를 위해 기도해 주던 수많은 교우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의 빚을 갚고자 다시 일어서겠노라고 약속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주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주교 직분을 수행하던 주교님을 생명의 원천이신 주님께 보내드리는 우리의 상심과 아픔이 형언할 수 없이 크지만, 성모 신심이 남달랐던 주교님께서 성모님 승천 대축일에 천상으로 부름받은 것은 성모님의 한없는 은총이기에 깊은 슬픔에 잠긴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가 됩니다.


유 주교님은 사제로서, 교회 지도자로서 올곧은 성품과 따뜻한 리더십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신학교 시절부터 친화력과 통솔력이 뛰어났던 주교님은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한결같이 복음에 따라 살고자 애쓰는 목자의 모습으로 교우들과 동료 선후배 사제들의 귀감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주교품을 받으면서 ‘사람들의 발을 닦아 주자’는 각오로 주교직 사목 표어를 ‘서로 발을 씻어 주어라’(요한 13,14)로 정하셨습니다. 그런 지향과 품성에 걸맞게 주교님께서는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일원으로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사회복지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하시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이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하며 우리에게 진정한 섬김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 주셨습니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유 주교님은 학덕을 겸비하신 분이셨습니다. 유럽에서 윤리 신학을 전공하시고 귀국하여 윤리 신학 교수로서 오랫동안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사제 양성에 전념하셨고,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며 교회 행정과 현장 사목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가톨릭 사회 교리를 전파하고 실천하는 신학자로서 생태 환경 문제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셨습니다. 여러 저술을 통해 ‘하나뿐인 공동의 집’ 지구를 돌보기 위한 생태적 회심을 촉구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에도 앞장서셨습니다. 나아가 주교님께서는 서울대교구 사회사목 담당 교구장 대리로서 “사회적 약자 돌봄은 신앙의 필수 요소”라고 강조하시며, 빈민사목, 노동사목, 이주사목, 사회교정사목 등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찾아 그곳에 주님의 마음과 사랑을 전하셨습니다. 주교님은 드러내지 않고 바쁜 일정을 쪼개어 이따금 쪽방촌 봉사 활동도 이어가셨습니다. 주교가 되신 이후에도 공적 행사가 아니면 아주 오래된 자신의 소형차를 손수 운전하거나,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며 청렴하고 검소하게 사셨습니다. 이처럼 유 주교님은 언제나 겸손하고 소박한 자세로 가장 낮고 소외된 사람들이 있는 곳을 향하셨습니다.


유 주교님은 목소리가 좋고 노래를 잘 불러 초등학교 시절 서울시립소년소녀합창단 단원이었는데, 사제로 살면서 ‘자모신 마리아’(가톨릭 성가 238번) 성가를 애창하곤 하셨습니다. 이제 주교님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는 없겠지만, 그 가사를 생각하며 주교님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자모신 마리아 축복하소서. 이제와 영원히 평화케 하며 나의 사언 행위 착하게 하사 당신 품에 항상 쉬게 하소서. 자모신 마리아 축복하소서. 세상을 떠날 때 위로하시며, 나의 모든 삶을 맡겨 드리니, 인자하게 나를 보호하소서.”


자모신 마리아께서 하늘로 불려 오르신 날, 세상의 십자가를 모두 내려놓고 하느님 품 안에 드신 사랑하는 유경촌 주교님! 주교님을 하느님께 보내 드리는 저희의 마음은 못내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주교님께서는 그동안의 모든 고뇌와 육체적 고통을 다 내려놓고 영원한 기쁨과 행복이 펼쳐지는 천상 전례에 참여하게 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눈물을 거두고 주님 부활 신앙 안에서 이렇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티모테오 주교님, 하느님 나라에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이 땅에서 순례자의 길을 걷는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우리는 주교님께서 보여 주신 사랑과 가르침을 고이 간직하고 서로의 발을 씻어 주며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유경촌 티모테오 주교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한국의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오소서.

주님의 천사들이여, 마주 오소서.

이 영혼을 받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 앞에 바치소서.

아멘.


 


2025년 8월 1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 용 훈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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