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제4비밀’·허위 인물까지 등장…신자 무분별한 공유 없도록 교회 차원 대책 필요
확인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나 교회의 가르침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그릇된 교리를 레오 14세 교황의 발언인 것처럼 꾸며 자극적인 썸네일과 함께 업로드하는 국내 유튜브 채널들이 등장해 혼란을 주고 있다.
교황의 얼굴을 AI로 다시 만들거나 실제 바티칸뉴스 영상을 짜깁기하는 방식으로 제작된 이 영상들은 교리 지식이 부족한 신자들이 시청할 경우 현혹되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9월 4일 현재 구독자 1만 1000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경비병의 순간’은 지난 4월 30일부터 240개가 넘는 영상을 게시했다. ‘레오 14세 교황: 성체를 받은 후 이 한마디를 하지 않으면… 은총을 잃습니다’, ‘교황 레오 14세, 15가지 가톨릭 전통 폐지! 신부들이 충격에 빠졌다’ 등의 영상이 대표적이다. 조회 수가 10만 회를 넘긴 영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영상의 거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며 교회 교리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 예로 ‘80년 봉인된 문서 공개! 파티마 제4비밀, 라틴 아메리카의 운명을 말하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파티마 성모 발현과 관련해 ‘제4비밀’이 발견됐으며, 그 내용이 라틴 아메리카가 교회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라고 소개한다. 더 나아가 바티칸 비밀문서 보관소 장관 알렉산드로 모레티 몬시뇰이 이 문서를 교황에게 직접 전달했고, 레오 14세 교황이 이를 확인한 뒤 다시 봉인했다는 과정까지 마치 목격한 듯 묘사한다.
하지만 실제로 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파티마의 성모 발현 당시 성모 마리아가 세 명의 목동에게 전한 비밀은 세 가지이며, 네 번째 비밀은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존재 여부조차 언급된 적이 없다. 물론 레오 14세 교황 또한 관련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
또한 현재 교황청 기록관 겸 도서관장은 올해 3월 임기를 시작한 조반니 체사레 파가치 대주교이고, 문서고 관리자는 로코 론자니 신부다. 채널이 주장하는 알렉산드로 모레티 몬시뇰은 문서고 관련 관리자 명단에 존재하지 않는, 채널이 만든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바티칸 충격 숙청! 레오 14세, 타글레 추기경 전격 해임 이유는?’이라는 영상도 가짜 뉴스다. 실제로 교황청 복음화부 첫복음화와 신설교회부서 장관 직무대행인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해임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레오 14세 교황의 후임으로 지난 5월 로마 근교 알바노 교외 교구의 명의 주교로 임명됐다.
이외에도 ‘성모 마리아가 교황 앞에 나타나 신심에 대한 계시를 전했다’, ‘소금 기도법 5단계’ 등 교황의 직접 발언인 양 포장한 근거 없는 영상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성경 해석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거나 교회 지식과 토속 신앙을 무분별하게 섞어놓은 조잡한 내용들이다.
영상을 접한 이들은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댓글에는 “아멘”, “감사합니다” 등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왜 교황청이나 한국교회는 이런 사실을 발표하지 않느냐”는 반응까지 등장했다. 반면 “교황님 말씀이라고 하기엔 너무 다르다”, “이상하다”, “교묘하게 거짓말하지 마라”라며 영상의 내용과 교황 발언의 진위여부에 의문을 품는 반응도 있었다.
이같은 채널은 ‘경비병의 순간’뿐 아니라 ‘간단한 단어’, ‘예수님이 여기 계세요’, ‘교황 레오 14세의 계시’ 등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모두 AI를 이용해 하루에 한 편 꼴로 영상을 올리고 있다.
SNS와 영상 등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사목에 활용하고 있는 이용현 신부(베드로·인천교구 모래내본당 주임)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시선을 끌고 바티칸뉴스 화면을 무단 사용하면서도 출처조차 밝히지 않는다”며 “교황님의 발언이라 언급하면서 언제 어디서 나온 말인지조차 제시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든 교회의 가르침에는 명확한 출처가 있어야 하며, 출처가 없는 것은 거짓 교리”라며 “AI 영상은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신자들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신부는 또 “신자들 사이에서도 SNS를 통해 이러한 영상이 공유되고 있어 본당 신자들조차 진위 여부를 묻곤 한다”며 “교회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SNS와 유튜브를 신자들이 어떻게 올바르게 활용해야 하는지 체계적인 안내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 [언론사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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