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예전 성당 건물들이 그렇듯 적색벽돌로 지어진 성당은 창문이 없어 빛이 들어올 공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며 벽면에 중간중간 세로로 공간을 내고 통유리를 설치해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전구를 많이 켜지 않아도 충분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는 ‘비법’인 것이다. 또한 통유리 위 아래쪽으로 각각 창문을 달아 상하좌우로 공기순환이 가능하도록 해 환기에도 신경 썼다.
적색벽돌과 통유리의 단조로움은 안쪽으로 덧댄 건축유리로 보완했다. 언뜻 보면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보이지만 빛을 차단하는 스테인드글라스에 비해 밝고 산뜻하다. 통유리와 틈새가 있어 흡음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성당 내부의 변화는 이뿐만 아니다. 전례법에 맞도록 이층에 있던 성가대석도 제대와 가깝도록 옮겨오고, 전자 오르간의 위치도 음이 잘 울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설치해 따로 오르간용 스피커를 달지 않아도 성당 전체에 잘 들릴 수 있도록 했다.
부족하던 교리실도 증축했다. 교리실을 증축하며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비품관리를 위한 관리실과 악기?노래 연습을 할 수 있는 음악실도 마련했다. 특히 음악실의 경우 신자들이 직접 글을 적거나 그림을 그린 폐자재를 벽면에 붙여 따로 흡음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방음이 되도록 했다.
전에 사용하지 않던 건물 뒤편 공간에는 흡연구역 및 휴게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지하 주차장 일부는 필요시 강당으로 쓸 수 있도록 천정 높이를 높였고, 주방도 마련해 행사 진행시 편리하도록 꾸몄다.
엘리베이터의 경우, 층마다 출구 방향이 다른 것을 감안해 병원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양쪽으로 문이 열릴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한 대 더 설치해야 하는 불필요한 지출을 막을 수 있었다.
또한 본당은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며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 도 잊지 않았다. 장애인 램프를 설치해 휠체어 이동이 편리하도록 한 것은 물론 신자쪽 고해소를 기존 공간보다 더 크게 만들어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휠체어를 탄 그대로 고해소에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곳곳에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안내판도 설치했다.
이렇게 적재적소에 ‘비법’들을 활용하고, 경제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완성할 수 있었던 데는 본당 주임 최중인 신부의 역할이 컸다. 최신부는 건축과 석사를 거쳐 현재 박사과정 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건축전문가. 여기에 지난 18년간의 본당사목 노하우를 더했다.
최신부는“현재 교구의 많은 성당들이 70~80년대에 지어진 만큼 개보수에 대한 수요가 많고, 신생본당도 많다”며 “이번 본당 리노베이션이 크고 으리으리하지는 않아도 전문지식과 노하우를 활용해 경제적이고 실속있는 공사의 한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본당은 23일 오전 10시 교구장 최덕기 주례로 리노베이션 완공식 및 함께 공사한 유치원 봉헌식을 갖는다.
이상희 기자 bsng@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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