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신년르포] 장애인 재활 승마장을 찾아서“말과 함께 장애 뛰어 넘어요”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01-02
조회수 : 464
보행능력·의사소통·집중력·자신감 향상
1952년, 헬싱키 올림픽 마장마술대회에서 금메달보다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바로 은메달을 딴 덴마크의 리즈 하델이었다. 리즈 하델은 소아마비였지만 말을 통해 자신에게 닥친 역경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 이 이야기는 유럽의 많은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이야기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리즈 하델처럼 승마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말과 함께 걷고 소통하면서 장애를 뛰어 넘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사람들. 2011년 새해 새 아침, 교구 사회복지회 소속 둘다섯해누리(시설장 김상문 신부) 재활승마장에서 또 다른 리즈 하델을 꿈꾸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진주 양이 둘다섯하누리 재활승마장 유동식 주임의 도움을 받아 밝은 표정으로 ‘아체’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와~! 와~!”
“진주가 기분이 좋은가 봐요. 이렇게 팔을 흔들고 소리 내는 것은 진주가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이거든요.”
말 위에 앉은 김진주(17) 양이 손을 휘저으며 소리 내어 웃는다. 김 양의 기분을 아는지 그를 태운 말 ‘아체’의 발굽 소리도 경쾌하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김 양은 일주일에 두 번씩 재활승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말들과 친구가 된 지도 벌써 1년. 그동안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에는 긴장해 말 등에 올라타기 위해 다리를 펴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다리도 쉽게 벌어지고 허리도 잘 펼 수 있게 됐다. 어려워하던 손잡이 잡기도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무엇보다 말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상호 교감을 통해 안정감과 사회성이 자라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결실이다. 재활승마 유동일 팀장도 변화를 볼 때면 흐뭇하다.
“우선 진주가 많이 밝아졌어요. 말 위에 앉으면 밝게 웃어주죠. 또 승마는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에 허리에 힘이 생기면서 앉는 자세도 좋아졌어요. 이렇게 일정한 높이 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자존감도 높아지죠.”
재활승마 프로그램은 보행능력을 향상시키고 표현능력이 부족한 장애인들에게 동물을 매개로 한 제2의 의사소통을 하게하며, 지능과 공간감각 발달에 도움을 줌으로써 집중력과 자신감을 향상시키는 등의 효과를 갖추고 있다.
40분간 말 ‘아체’를 타고 내려온 김 양이 다시 휠체어를 타고, 자신을 태워준 아체 옆으로 다가왔다. 아체가 고개를 돌려 김 양과 눈을 맞추자, 김 양도 손을 들어 아체를 어루만졌다.
“고마워, 아체.”
말은 통하지 않지만 서로 눈빛을 맞춰가며 이야기를 나누고 추위를 녹인다. 차가운 날씨지만 아체의 체온이 김 양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김 양의 얼굴에 또다시 웃음이 번졌다.
김 양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아체를 이끌어주던 유 팀장도 조용히 미소를 보였다. 아체의 눈도 웃는 듯하다.
- 위 사진. 김진주 양이 재활훈련 후 휠체어를 타고 자신을 태워준 ‘아체’를 만나고 있다.
- 아래 사진. 김진주 양은 1년 동안 재활승마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김 양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동일 팀장(오른쪽)과 유동식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