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사제도, 신자들의 마음도 벅차올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나는 이다. 옷을 곱게 차려입고 성당 어귀에 서서 ‘언제 오시려나’고개를 내민다. 그들이 기다리는 이는 ‘김대건 성인’이다.
4일, 판교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주임 한영기 신부). 오전 11시가 되자 김대건 성인의 유해 안치식이 시작됐다. 1846년 목숨을 다하기 전, 옥중에서 적어 내려간 그의 서간을 읽고 모두가 조용히 묵상한다.
신축 성당터에서 출발해 임시성당까지 오르는데 꼭 800m다. 김대건 성인화를 앞세우고 유해와 행렬이 뒤따랐다. 행렬이 오르는 곳은 ‘두밀’지역이다. 김 신부가 새남터에서 순교한 후, 미리내에 살던 이민식이 그의 시신을 수습해 과천과 하우현고개를 넘고, 관헌들의 눈을 피해 옹기마을인 이곳 두밀 교우촌에 숨어있었던 역사 깊은 곳이다.
165년 전 숨 막혔던 그 길을 따라 이번에는 신자들을 만나러 간다. 쉼 없이 길을 올라 작고 낡은 임시성전, 그를 주보성인으로 모시며 신앙을 지켜가는 이들과 인사하며 제대 앞에 섰다. 이번 김대건 성인의 오른팔 유해는 2009년 분당성마태오본당에서 분가한 판교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이 모본당의 허락을 받고, 교구장의 승인을 받아 안치하게 된 것이다.
주임 한영기 신부는 “이곳 두밀은 오래 전부터 믿음 하나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영위했던 곳”이라며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할 수 있게 된 것은 신자들에게 큰 기쁨이자 위로”라고 말했다.
신자들이 차례로 김대건 성인의 유해에 머리를 숙였다. 성당 신축을 위해 슬레이트를 얹은 임시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이들에게 오늘의 만남은 그가 쓴 옥중서간대로 ‘마음의 천국’ 안에서 서로를 다시 만나게 한다.
“사랑하는 교우들이여, 여러분을 모두 천국에서 만나 함께 영원한 복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에게 간절한 인사를 드립니다.”
▲ “지금 만나러 갑니다” 수원 판교성김대건안드레아본당 신자들이 김대건 성인의 성인화와 유해를 들고 임시성당에 오르고 있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