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기도를 많이 하는데, 너는 어째서 평생 그렇게 사니?”
일반 신자들뿐 아니라 성직·수도자 중에서도 이 한마디에 가슴 뜨끔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도 성숙하지 못한 행태를 보이거나 하느님께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바로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해 생겨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 꼴을 몰라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 자기 꼴을 몰라 스스로도 상처를 받고 있다. 방효익 신부(수원교구 분당성요한본당 주임 겸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게다가 자신을 안다는 것과 기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방 신부는 최근 펴낸 영성서적 「네 꼴을 알아라」(329쪽/1만2000원/하상출판사)에서 “오늘날 신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 자아인식, 즉 자기 꼴을 아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방 신부는 본당주임뿐 아니라 신학교수로서 분주한 일정을 보내는 가운데에서도 서적 집필과 번역까지 방대한 학술활동을 통해, 신자들의 영성생활 활성화를 돕고 있다. 그가 새로 선보인 저서 「네 꼴을 알아라」는 하느님을 알고 그 사랑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쓴 책이다.
이 책에서 방 신부는 우선 평생 기도를 해도 왜 삶을 변화시키지 못하는지에 대해 성경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또 소공동체 모임의 중요성을 되짚으며 어떻게 묵상을 해야 하는지, 그 묵상 내용을 어떻게 자신에게 적용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을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돕고, 구체적인 치유방법을 제시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성경을 주석한 내용이라기보다는 방 신부가 오랜 기간 묵상한 신학적·신앙적·실천적 내용을 엮은 책이어서, 자아성찰에 관심 있는 이들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특히 방 신부는 이 책에서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과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치유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현대인들, 신앙생활에 열심하다고 평가받는 그리스도인들조차도 자기 자신을 잘 모르고 일그러진 자신의 모습을 찾아내지 못해 열등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 중 다수는 쉽게 무너지는 자존심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히고 다른 이들도 괴롭히며,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결국엔 인간관계도 그르친다.
방 신부는 이렇게 우리 안에 내재되어 성숙한 성장과 관계를 방해하는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자기 성찰에 나서야 한다고 권고한다. 그는 무엇보다 “성경을 반복해 읽고 묵상하면서 자기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깊이 성찰할 때 자기 꼴을 잘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자아성찰을 통해 장애물들에 갇혀 있는 이른바 ‘마음 속 아이’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치유가 일어난다”고 설명한다. 왜곡된 자아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바로 기도와 묵상이라는 말이다.
아울러 방 신부는 “자기 꼴을 잘 알게 된다면 자기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변화를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시기와 질투, 고통을 가져오는 ‘야생성’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며 “자기 꼴을 아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겸손하게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자기 뜻대로 살려 하기 때문에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