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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소식
교구4대강 회복과 두물머리 보존을 위한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
작성자 : 성기화
작성일 : 2012-08-06
조회수 : 919
말복을 하루 앞둔 8월 6일 오후. 뜨겁게 쏟는 뙤약볕 아래 양수 터미널 삼거리에서 신양수대교까지 1km 남짓 되는 2차선 도로 양쪽에는 ‘두물머리 한강사업 안하면 자손만대 후회한다!’(양서 노인회) 등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현수막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한편, 같은 날 동틀 무렵 제902차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된 팔당 두물머리 유기농지에서는 200여 명의 경찰병력과 구급차, 소방차 등이 배치된 가운데, 서울지방 국토관리청의 한 관계자가 농가 4가구와 비닐하우스 27동, 농막 2동, 농작물 등 1만 8000제곱미터에 대한 행정대집행 영장을 낭독했다. 이에 250여 명의 농민들과 시민들이 “공사 말고 농사짓자”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으며, 행정대집행은 일단 유보됐다.
오후 2시 신양수대교 밑 그늘에서는 ‘4대강 회복과 두물머리 보존을 위한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가 총대리 이성효(리노) 주교와 전임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를 비롯한 전국사제단 80여 명의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다.
미사에는 두물머리가 관할인 수원교구를 비롯해 서울, 부산, 인천, 의정부, 춘천, 안동, 마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00여 명의 신자들과 400여 명의 수도자들과 함께 했다.
이성효 주교는 미사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에 이곳 두물머리에서 미사를 거행하도록 초대받았다”며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뜻 깊은 날이다”고 서두를 꺼냈다.
이어 “‘주님의 거룩한 변모’는 모든 신앙인이 간절히 바라는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전한 이 성효 주교는 “우리 모두는 지난 3년이라는 기간 동안 이곳에서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의 증인이다”고 말했다.
또, “생명과 화합의 땅인 두물머리가 대립과 갈등의 공간이 된 것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지역에 포함되면서부터”라고 전한 이성효 주교는 “오늘 두물머리의 평화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셔서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의 정성과 사랑이 두물머리를 감동시켰으며, 두물머리는 그 평화와 상생의 마음들을 항상 간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정의·신뢰 회복시켜야
이날 미사 강론를 한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대표 조해붕(요셉) 신부는 “그동안 생명·평화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이곳 두물머리에서 900여 차례 미사성제를 봉헌해왔다”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가는 지혜로 이 고비를 이겨내어 공정·정의·신뢰가 회복되도록 간구하자”고 말했다.
미사 후 연단에 오른 농민 대표 유영훈(요한사도) 씨는 인사말을 통해 “여러분, 왜 이리 많이들 오셨습니까!”라며 “4대강 권역 중 작지만 상징성이 꽤 큰 이곳 두물머리를 비폭력‧평화 원칙으로 마지막 저항지로 삼아 끝까지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가 마치 불순세력인양 표현한 지역 주민들의 현수막 내용을 볼 때 마다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한 유영훈 씨는 어려서 할머니한테 들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되새겼다. 이어 “우리가 제안한 바 있는 상생의 해법인 대안(代案)을 정부 측이 받아들일 것”을 거듭 촉구했다.
‘두물머리 이장’으로 지칭되는 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 윤종일(티토) 신부는 “낙동강 하류인 창녕과 고령을 비롯해 대구에 이르기까지의 녹조(綠潮)현상이 북상해 의암·가평 등 한강 유역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 같은 원인을 가뭄·폭염으로 한정하는 정부 측과는 달리, 우리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이치에 따라 ‘합리적 의심’의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일 신부는 이에 “4대강 16개 보에 고여 있는 상태와 녹조현상의 인과관계에 대한 합동토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들, ‘비상연락망’ 가동
서상진(바오로·수원교구 서호본당 주임) 신부는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악인들에게는 평화가 없다’”(이사 48,22) 주제의 성명서를 낭독한 후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사제들이 매일 동틀 무렵 비상연락망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생명평화미사에 참례한 정자동주교좌본당 총회장 박추규(토마스아퀴나스·57) 씨는 “불볕더위에도 이렇게 많은 교우들이 두물머리에 모인 것은,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려는 우리의 소망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하느님 창조질서 보전에 우리 모두 합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평화방송 성경퀴즈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바 있는 서울대교구 신사동성베드로본당(주임 이승주 대건안드레아 신부)은, 이날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에 앞서 우승 상금 중 1/10을 4대강 사업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에 전달해 그 의미를 더했다.
아울러 보혈선교수녀회 소속 케냐 출신 2명의 수녀들이 이승주 신부의 경쾌한 젬베 리듬에 맞춰 율동과 노래로 국제적 연대를 보임으로써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성기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