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위) 위원장인 수원 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4월 29일 오후 3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1층 대성전에서 「쌍용자동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노동자들을 위한 미사」를 주례하고 제123회 노동절(5월 1일)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묵시 21, 3) 라는 주제의 이날 미사는, 수원교구를 비롯한 전국 15개 교구 정평위 소속 75명의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봉헌됐으며, 200여명의 수도자와 200여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이용훈 주교는 ‘노동자의 날’ 메시지를 통해 “대한문 앞 분향소는 쌍용차 노동자들만의 자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고통 받는 이들이 모여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받는 자리였기 때문에, 강제철거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5월 1일 노동절을 앞두고 봉헌하는 미사를 통해 많은 노동자들이 위로와 힘을 얻고, 전국에 산재한 노동현안들이 하루빨리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용훈 주교는 이어 “오늘날 자본은 있지만 ‘인간’이 없고 이윤은 있지만 ‘인간다움’이라는 고귀한 가치가 사라진 형국”이라며, “현재 한국사회가 누리고 있는 경제적 성장과 풍요는 지난 수십 년간 묵묵히 노동 현장에서 일해 온 노동자들의 땀과 희생의 열매”라고 전했다. 이에 “국가의 위상과 자본의 위력이 높아진 반면, 역설적으로 이를 가능케 했던 대다수 노동자들이 직면한 노동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아울러 ‘부당해고’와 ‘불법파견’ 등으로 이어지는 ‘노동의 위기’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동현실의 심각성 앞에 ‘노동자의 날’을 맞으며 이용훈 주교는, 박근혜 정부와 여야의 정치권, 그리고 자본을 대표하는 사용자측과 노동자들에게 간곡한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사에 앞서 오후 2시, 이용훈 주교는 지난 4월 4일 철거된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노동자 분향소 자리에 들러 해고 노동자들을 만난 뒤 미사 장소인 프란치스코 교육회관까지 노동자들과 함께 돌담길을 걸어서 이동했다. 미사 후에 사제단·쌍용자동차 노동자·수도자·평신도 등 300여명의 참가자들은 정동에서 출발하여 묵주기도를 바치면서 도보로 대한문까지 행진했다. 대한문에서는 연대발언과 호소문 낭독, 기도로 마무리했다.
목발을 짚고 행진에 참여한 전태삼(63) 씨는 “양처럼 온순한 노동자들이 ‘사회적 타살’로 목숨을 잃고 있다”며 “여·야 정치권이 합의한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로 원만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 대한문 앞에서는 스물두 번째의 「쌍용차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이 땅의 해고자들을 위한 미사」가 22명의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100여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열렸다.
한편 주교회의 정평위는 지난 2월 19일 성명서를 통해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노동현안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3월 25일에는 정평위원장이자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 관할 교구인 수원교구의 교구장인 이용훈 주교가 평택 쌍용차 송전탑 농성장을 방문했으며,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공동 주최로 「쌍용차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 집중미사」를 거행했다. 이어 주교회의 정평위는 4월 10일 정기회의에서 쌍용차 대한문 분향소 철거 및 농성자 연행에 우려를 표명하며,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정리해고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에 함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성기화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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