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은 회칙 2장에서 바오로 6세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의 의의를 평가하는 동시에 이 회칙의 참신함을 ▲회칙의 대상이 신자들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란 사실 ▲사회 문제에 대한 사회교리의 시각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대 ▲‘발전’이라는 개념 자체에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제3장에서는 현대의 저개발의 매우 충격적인 특징과 원인을 분석했다. 20년 전의 발전에 대한 소박하고 생동했던 희망 실현이 요원한 것이 되고 있음을 고백하며, 선진 북반구와 개발도상의 남반구 사이의 격차가 향속적일 뿐만 아니라 갈수록 더 커지는 현상, 국제 부채 문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냉전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하지만 교황은 현 시대의 부정적인 현상을 열거하는 데만 머물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도 이야기한다. 남녀차별이 감소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존중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인류가 공동운명체임을 확신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생태학적 관심이 증폭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현상으로 꼽는다.
교황은 4장에서 ‘초발전(progressio supervacanea)’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일정 사회집단에 지나치게 많은 재화를 확보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로 인해 사회는 소비주의에 물들게 되고 구성원들은 소비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결과적으로 저개발로 인한 고통 못지않은 폐해를 인간에게 가져온다. 교황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무엇을 갖는 것(having)’보다 ‘어떤 사람이 되는 것(being)’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다.
제5장에서 교황은 앞에서 짚어보았던 현 시대의 문제점을 분석하기 위해 신학적으로 접근한다. 키워드는 ‘죄의 구조’와 ‘연대의식’이다. 교황은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에 대한 인간의 욕심이 구조를 악하게 만드는 것이며, 한 번 악으로 기운 구조는 개인의 힘으로는 좀처럼 변화시키기가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연대의식인 것이다.
신학적 개념을 통해 교황은 지금의 상태에 안주하려 하고,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상황에 타협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점잖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정한 평화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