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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사진가 故 최민식 선생 선종1주기에 선생을 추모하며

작성자 : 조정현베네딕토 작성일 : 2014-02-02 조회수 : 702
‘내 사진의 사람들을 통해서 동정심이나 호기심을 유발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단지 그들의 가난하고 남루한 모습 뒤에 숨어 있는 희망과 가식 없는 표정에서 그들도 이 사회의 이웃임을 깨닫게 하고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가난의 굴레에 대해서 사회를 향해 무언의 고발과 비판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난 내 사진을 통해서 사회가 좀 더 평등하고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사진은 사회를 변화 시킬 힘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 이웃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온 우리나라 제1세대 사진가 故 최민식(빈첸시오) 선생은 ‘왜 그런 사진을 찍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대답하였다.
 
   작년 2월 12일, 갑작스럽게 선종한 최민식 선생의 부고를 듣고 나를 비롯한 사진인들은 모두 놀랐다. 팔순이 넘은 나이였지만 늘 사진기를 메고 현장에서 활발한 사진 활동과 강의 등으로 바쁜 모습만을 보여주셨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나는 교구명예기자로서 선생의 집을 방문하여 인터뷰하기로 되어 있었다. 선생의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 요청을 하자 명함을 주시며 언제든 찾아오라 하셨는데, 미루다가 부음을 듣게 된 것이다.
 
   평소 존경하던 선생을 처음 만난 건 3년 전 어느 강의실에서였다. 늘 후배 사진가들을 위해 열성적으로 자신의 사진철학을 전해 주셨다.
   “나는 꾸미거나 조작된 사진에는 흥미가 없다. 오직 직관적으로 포착한 결정적 순간을 시각언어로 바꾸는 노력을 해 왔다.”
   “내 작품의 바탕에는 사진의 주제와 나 자신에 대한 경의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내 사진의 중심을 이루는 테마는 언제나 ‘인간애’였다.”
 
   선생은 1928년생으로 1957년 사진집 <인간> 1집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총 14집의 <인간>사진집을 출간하였다. 그 외 선생이 직접 서명하여 내게 준 포토에세이 ‘생각이 머무는 곳에 인생이 있다’를 비롯해 많은 책을 남겼다.

 
   선생의 가르침 중에 가장 나의 맘에 와 닫는 말은 다음과 같다. “예술이란 앎의 대상보다는 느낌의 대상이다. 머리로 쓴 작품은 독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가슴으로 쓴 작품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진계에서는 선생의 업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최민식 사진상을 제정하고 2013년 11월 제1회 최민식 사진상 시상식을 가졌다. 사진가 이갑철 씨가 본상부문 대상을 수상하였다.
   늘 낮은 곳으로 임한 사진을 찍던 최민식 선생의 선종 1주기를 맞아 직접 인터뷰한 글을 쓰지 못하고 추모의 글을 쓴 죄의 용서를 구하면서, 선종 당시 이해인 수녀가 썼던 ‘고별기도’를 옮겨본다.
 
사진으로 길을 낸 사람
일생동안 오직 한마음으로
헌신했던 우리 선생님의
모든 열정과 사랑, 고뇌와 인내
다 이루지 못하고 남겨둔 꿈까지도
당신의 사랑으로 축복해 주십시오
 
사진을 통해 <인간>을 사랑한 사람
오직 사진이 전부여서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득안고 살았던 사람
더 잘 하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남겨둔 부분과
인간적인 모든 허물까지도
당신의 사랑으로 용서하여 주십시오.
 
사진으로 기도하신 평생의 구도자

조정현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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