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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정지용 신부의 남수단에서 온 편지 (59) 십자가의 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4-13 조회수 : 851

 
   쉐벳에서 지낸지 두 해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순시기를 맞았습니다. 사순시기 중에는 저희도 한국의 여느 본당과 마찬가지로 매주 금요일마다 신자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바칩니다.
 
   본당이 좁은 관계로 저희는 마당에서 십자가의 길을 바칩니다. 성당 입구에서 출발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성당 마당을 한 바퀴 쭉 돌고나면 십자가의 길이 끝이 납니다. 야외에서 하는 만큼 큼지막한 십자가도 만들어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직접 지고 이동합니다.
 
   처음 이곳 사람들과 십자가의 길을 바칠 때는 혹시 이들만의 특별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호기심을 가지고 함께 했는데, 언어만 다를 뿐 내용이나 형식은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미사 때의 신나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시간을 잘 맞춰 오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긴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다섯 시에 성당에 모여 기도를 바치기로 했는데 다섯 시에 맞춰 온 사람은 저와 수녀님 그리고 서넛의 학생들이 전부였습니다. 기다려야 하나 그냥 시작해야 하나 마당을 거닐며 고민하는 동안 하나둘씩 모여 조금 많이 늦기는 했지만, 예정했던 시간보다 40분이 지나 십자가의 길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기도 때에 처음으로 휴대용 앰프를 사용해보았습니다. 학생들이 각 처마다 한 명씩 돌아가며 기도문을 읽는데 장소가 야외이다 보니 목소리가 작은 학생의 경우 잘 들리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꺼내온 휴대용 앰프인데, 기대 이상으로 성능이 좋았습니다. 작은 스피커에서 어찌나 큰 소리가 나오던지 휴대용 앰프를 처음 본 학생들은 관심이 온통 그곳으로 쏠렸습니다. 또 평소와는 다르게 마이크를 잡고 기도를 해서인지 기도문을 읽는 학생들의 손도 떨리고 목소리도 떨립니다.
 
   잠시 고개를 돌려 기도하는 신자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린 꼬마들이 나름 진지한 표정으로 함께 합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나 어머니들은 앞에 나와 십자가의 길 그림을 들고 서 있게 하는데,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꽤 열심입니다. 큰 나무 십자가는 청년들이 번갈아가며 지고 갑니다. 누가 하라고 시키지 않아도 서로 지고 가려는 모습이 기특합니다.
   기도하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십자가의 길이 어떤 기도인지 알고 바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기도 안에 자신의 소망도 함께 청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남수단은 기도가 많이 필요한 나라입니다. 지난해 말부터 반군과의 내전이 있어왔고, 나라가 많이 어수선했습니다. 그런데 내전이 수그러들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예년처럼 이웃 부족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소를 훔치기 시작하고, 그로인해 사람들이 희생되었습니다. 또 최근에는 이웃한 두 마을이 싸워 마흔 명 이상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마당에 모여 기도를 바칩니다. 십자가를 지고 걸으며 이 나라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남수단과 잠비아에서 활동하는 수원교구 선교사제들을 위해 기도와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 후원계좌 03227-12-004926 신협 (예금주 천주교 수원교구)
※ 수원교구 해외선교후원회
※ 선교사제들과 함께할 다음과 같은 봉사자를 찾습니다.
- 사회복지, 의료분야, 영어교육, 태권도교육 등
※ 문의 031-548-0581(교구 복음화국 해외선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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