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에 걸친 독일 방문 시 만난 녹색당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관료들은 우리 일행들에게 에너지와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해 일관된 의견을 보였다.
“에너지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핵발전소 또한 거대토목사업이기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고, 그 과정에서 검은 돈이 형성됩니다. 그러기에 핵산업계와 그들로부터 로비를 받고 손쉽게 정치자금을 조성하는 정당, 정치인들에게는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핵발전소입니다. 그러나 태양광발전소와 같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는 소규모의 투자가 가능하기에 검은 돈의 형성이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가정집의 옥상과 지붕에 설치하는 소규모 태양광사업에 지역 국회의원과 특정정당이 개입해 이권을 행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독일뿐만 아니라 친환경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이 자리 잡은 유럽 국가들의 예를 보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떤 현안이 있을 적마다 이익당사자인 ‘전문가 집단’끼리 토론을 하고 그 결과에 대해 시민들에게 협조하라고 강요를 한다. 시민들을 ‘제3자’로 철저하게 배제시킨다. 시민이 배제된 정책은 필연적으로 부패가 따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핵발전 시스템이다. 그러나 독일과 스웨덴, 덴마크 등 친환경재생가능에너지 정책을 펴는 사회의 정치인들은 시민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그들은 시민들을 설득하는 ‘주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하게 토론의 장을 통해 시민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도록 돕는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결론은 정치계와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전문가 집단을 통해 기존 정책에 반영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데 이용된다.
교회의 사회교리 안에서 제시하는 ‘보조성의 원리’가 잘 작동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서 확인한 바처럼 정치인과 재벌, 관료 중심의 폐쇄적인 사회는 선진사회로의 진입을 막는 병폐이자 걸림돌이다. 안전한 사회와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