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모여 한해 수확을 감사드리고 세상을 떠난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며 선조들의 공을 기억하는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주교회의는 지난 2003년 조상 제사(차례) 예식을 발표하고 신자 가정이 풍요로운 한가위를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 호에는 주교회의의 ‘조상 제사 예식’을 소개한다.
준비사항
1. 마음준비가 우선이다. 불목하고 있는 이웃이 있는지 살펴 기꺼이 화해하기로 다짐하며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깨끗이 한다.
2. 다음은 몸의 준비. 제사를 드리기에 앞서 며칠 전부터는 술을 마시되 취하지 않도록 하고, 고기를 먹더라도 탐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온 가족이 어려운 이웃을 찾아 자선을 행한다. 하루 전에는 목욕하고 제삿날에는 정중한 옷으로 갖추어 입는다.
3. 이제는 상차림 순서다. 제삿날 하루 전부터 집 안팎을 정돈하고 제사 음식을 차려놓을 탁자를 손보고 제사에 쓸 그릇을 깨끗이 닦아 놓는다. 제사상은 집안의 관습에 따라 차린다. 그러나 향상(香床)에는 향로와 향합, 촛대 외에 중앙에 십자가를 모신다.
예식순서
1. 제사 준비가 되어 영정(위패)을 모시면, 제주(祭主)는 제사 시작을 알리고, 십자성호를 긋는다.
2. 참례한 모든 사람이 다 함께 두 번 절한다.
3. 제주가 영정(위패)앞에 나아가 무릎 꿇어 분향하고 잔을 받아 미리 준비한 그릇 위에 삼제(술을 세 번 조금씩 따르는 것)한 다음, 돕는 이에게 주면 돕는 이는 잔을 올리고 밥그릇 뚜껑을 열어놓는다. 제주는 두 번 절하고 물러난다.
참례한 모든 이가 차례로 나아가서 잔을 올린다. 그러나 제주 이외에 다른 사람은 삼제를 하지 않는다.
4. 이러한 절차가 끝나면 제주가 조상께 고한다.
“주님의 보살핌으로 오늘 다시 ( )께 제사를 올리게 되었나이다. 이 맑은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하여 드리는 저희의 정성과 사모하는 마음을 받아주소서. 저희는 언제나 ( )를(을) 기억하여 이 제사를 올리오니 ( )께서는 저희가 주님의 뜻을 따라 화목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전구하여 주소서.”
5. 제주는 성경말씀(1코린 2,9, 로마 14,7-9)을 봉독하며 참례자들이 함께 조상을 기억할 것을 권고한다.
6. 이어서 주부가 나아가 숟가락을 밥그릇 위에 놓는다. 제주와 모든 참례자는 두 번 절한다. 절한 다음 조상을 생각하며 잠시 묵상한다.
7. 제주인 주인과 주부는 국그릇을 거두고 냉수나 슝늉을 올린다.
8. 제주는 모든 참례자와 함께 두 번 절하며 작별 배례를 한다.
9. 제사를 마치면서 조상과 가족 친척들과의 통교를 더욱 깊게 할것을 결심하고 주님께 감사하며 성가를 부른다.
10. 영정(위패)을 따로 모신 다음, 참례자들은 술과 음식을 나눈다.
차례상 차림
제상은 주자가례에 의한 예법 등 여러 가지 전통적인 상차림이 있으나, 가문의 풍습이나 관습에 따라 차리면 된다. 그러나 향상(香床)에는 향로와 향합, 촛대 외에 중앙에 십자가를 모신다. 차례 음식은 간소하면서도 정성껏 차리되, 평소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돌아가신 이가 즐기던 음식을 차려도 무방하다.
1. 화려하지 않은 병풍을 치고 상을 편 후, 영정(위패)을 놓는다. 제상을 바라보는 위치에서 오른쪽은 동(東), 왼쪽은 서(西)로 친다.
2. 영정 사진 앞 1열은 숟가락을 담아 놓는 대접과 잔, 받침대를 놓는다.
3. 2열에는 「어동육서(魚東肉西)」라 하여 어적(생선 구운 것)은 동쪽(오른쪽), 육적(고기 구운 것)은 서쪽(왼쪽), 소적(두부 구운 것)은 중앙에 둔다.
4. 3열에는 육탕, 소탕, 어탕 3가지 종류의 탕을 놓는다. 마찬가지로 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에 둔다.
5. 4열에는 「좌포우혜(左脯右醯)」라 하여 포(명태·문어·오징어)는 왼쪽에, 식혜(김치·동치미)는 오른쪽에 놓는다.
6. 5열에는 「홍동백서(紅東白西)」라 하여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색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
7. 이밖에 「조율시이(棗栗枾梨)」라 하며 서쪽에서부터 대추(조), 밤(율), 감(시), 배(이)의 순으로 두며, 「생동숙서(生東熟西)」라 하여 김치 등 날 것은 동쪽, 나물처럼 익힌 것은 서쪽에 놓는다. 또 「두동미서(頭東尾西)」라 하여 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건좌습우(乾左濕右)」라 하여 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에 둔다. 「접동잔서(摺東盞西)」를 따라 접시는 동쪽, 잔은 서쪽에 배치한다.
▲ 차례상 차림은 가문의 풍습이나 관습에 따라 차리되, 향상에는 향로와 향합, 촛대 외에 중앙에 십자가를 모신다.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