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개인과 가정 성화, 인류 구원과 세계 평화를 위하여 묵주기도를 바치는 묵주기도성월이다. 우리 신앙 선조들에게 묵주기도는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신심행위였다. 혹독한 박해를 겪으면서도 선조들은 끊임없이 묵주를 쥐고 기도를 바쳤다. 그래서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많은 성지에는 묵주기도의 길을 조성, 성지를 순례하며 묵주기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묵주기도성월을 맞아, 인근 성지를 찾아 묵주기도의 길을 걸으며 기도를 바치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교구 내 성지의 다양한 묵주기도의 길을 소개한다.
■ 남양성모성지
묵주기도가 성모님의 전구로 이뤄지는 기도인 만큼 남양성모성지(전담 이상각 신부)의 묵주기도 길은 의미가 남다르다.
성지의 묵주기도 길은 하늘에서 내려다 봤을 때 블라디미르의 성모, 즉 자비의 성모 이콘과 닮아있다.
성지 전담 이상각 신부는 설계도면 없이 몇 해에 걸쳐 조성된 묵주기도의 길이 “자비로우신 어머니께서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심을 보여주시기 위해 마련한 섭리 같다”고 말했다.
또 성지의 묵주기도 길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모습의 성모상을 만날 수 있어 마리아의 삶을 통한 그리스도의 신비를 깊이 느낄 수 있다.
※문의 031-356-5880 남양성모성지
■ 미리내성지
다른 성지에 있는 묵주기도의 길이 ‘묵주’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면 미리내성지(전담 류덕현 신부)의 묵주기도 길은 ‘신비’에 집중한다.
미리내성지의 묵주기도 길에는 묵주 알이 없다. 대신 환희의 신비에서부터 고통, 영광의 신비에 이르는 15단의 신비를 석조로 표현해 묵주기도가 초대하는 신비에 깊숙이 빠져들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성지의 묵주기도 길은 성지 초입에서 성 김대건 신부 묘소에 이르는 길목에 조성돼 성인의 묘소를 찾기에 앞서 묵주기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의 031-674-1256 미리내성지
■ 요당리성지
요당리성지(전담 장기영 신부)의 묵주기도 길은 묵주기도 성월인 10월에 기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성지의 묵주기도 길은 수십여 그루의 단풍나무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단풍이 드는 시기에 찾으면 가을 정취를 흠뻑 느끼며 기도를 바칠 수 있다.
성지 묵주기도의 길은 각 단을 상징하는 작품과 옹기로 만들어진 묵주 알로 제작돼 각 신비를 묵상함과 동시에 교우촌이었던 성지를 기억할 수 있다.
※문의 031-353-9725 요당리성지
■ 죽산성지
죽산성지(전담 이철수 신부)를 하늘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5단 묵주로 보인다.
병인박해 때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한 죽산성지는 잔디 광장의 제대를 시작으로 담장을 따라 묵주 알이 놓여있다. 묵주 알과 묵주 알 사이는 장미덩굴이 놓여 장미꽃이 필 무렵에는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문의 031-676-6701 죽산성지
■ 수원성지
남양성모성지
의 묵주기도 길이 무계획 속에 이뤄진 형상이기에 의미가 있다면, 수원성지(전담 나경환 신부)는 계획적으로 설계된 묵주기도의 길이다.
성지의 묵주기도 길은 수원 화성(華城)을 30분의 1로 축소한 모습이다.
또 묵주 알은 화성 봉화대의 굴뚝 모양에서 따왔다. 나경환 신부는 “화성 봉화대의 다섯 굴뚝은 5병2어의 다섯 개의 빵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성지의 묵주기도 길은 신앙의 선조인 정약용이 설계하고 또 2000여 명의 순교자가 하느님을 증언하며 목숨을 바친 화성을 닮은 길이다. 특히 묵주기도의 길 곳곳에는 거친 환경 속에서도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야생화들이 피어 있어 박해 속에서 순교의 꽃을 피워낸 선조들의 신앙과 삶을 묵상하게 해준다.
※문의 031-246-8844 수원성지
■ 구산성지
구산성지(전담 정종득 신부)는 묵주기도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순교성인들의 삶을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교우촌에 자리한 구산성지는 묵주기도의 길을 도자기와 옹기로 만들었다. 박해시대 척박한 땅으로 숨어 옹기를 구우며 살던 신앙선조들의 삶을 묵상할 수 있다.
성지 묵주기도 길에 사용된 묵주 알은 모두 다른 문양의 도자기로 만들어졌다. 성지 전담 정종득 신부가 그린 도안을 기초로 만든 묵주 알은 십자가를 기본으로 마리아와 순교자의 상징을 담아 만들었다. 도자기 묵주 알을 받치는 데는 새우젓옹기를 사용했다.
※문의 031-792-8540 구산성지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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