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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기고]2014 성탄 날 받은 뜻밖의 선물

작성자 : 성기화 작성일 : 2014-12-25 조회수 : 664

   시어머님이 몹시 편찮으시다고 하여 성탄절 전날 아침 아이를 등교 시킨 후 서울로 갔습니다. 당일로 돌아 올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어머님은 특별한 지병은 없으시나 연세도 많으시고 하여 놀랍게 야위신 채 기력이 점점 약해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기처럼 안아 눕히고 안아 일으키고, 혈기가 없어 차가운 손과 발을 내내 만져 드리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단둘이 있게 된 시간에 어머님을 꼭 껴안고 건강하셨을 적에 더 잘해드리지 못하여 정말 죄송하다고, 용서해달라고 말씀드리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처음으로 성탄절을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며느리이기에, 또 시댁에는 가톨릭 신자가 한 명도 없기에 평소에 시댁 식구들을 입교시켜드리는 것은 매우 불가능한 일 같아보였습니다. 지난 번 뵈었을 때 용기를 내어 입교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어머님은 시누이와 얘기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오후가 다 지나갈 때 산북에 돌아가야 할 생각을 하며 시누이한테 어머니의 건강과 앞으로의 일을 말하면서 저도 모르게 성당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머님이 일어나 앉으시기를 원하시기에 앉혀드리고 발치에서 차가운 발을 만져드리다가 세례 받으시기를 권해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는 머리를 힘 있게 여러 번 끄덕이시면서 동의하셨고 옆에 있던 시누이도 “그래, 그렇게 해!”라고 찬성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머님 댁 근처 성당에 들러 사무실에 예비신자 교리 신청을 해놓고는 아기 예수님께 참 많이 감사하였습니다.

   약 3개월 전부터 성전에 들를 때마다 성모자상에 다가가 예수님의 작은 발을 만져 드리게 되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꼭 잡고 있으면 손이 시렸습니다. 그래서 “예수님, 베들레헴의 차가운 밤, 구유 위에서도 이렇게 발이 차가우셨겠지요. 저의 온기로 예수님께 위로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히려 성탄절에 제가 어머님의 차가운 발을 만지면서 기쁜 일이 이루어지는 위로를 제게 주신 것 같아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성탄 전날 “전야제는 비신자들을 초대하기 딱 좋은 기회인데…”라는 생각을 하며, 마치 어머님의 병환이 누군가를 선교하는 데 방해라도 되는 듯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울로 갔었습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방법으로 성가정을 향한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2014년 성탄. 아기 같이 되신 어머님을 통하여 예수님은 눈물로 얼룩진 기쁨 가운데 저희 가정에 오셨습니다.

 

성남대리구 퇴촌본당 산북공소 김정화(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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