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님! 오셨어요? 버스 타고 또 전철 타고 집에 가시면 12시가 넘겠어요?”
“그래도 좋아요. 오늘은 친구들도 함께 왔어요.”
“반갑습니다. 집이 어디세요?” “대치동입니다.” “저는 과천이에요.”
1년이 넘게 혜화동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하는 평화를 위한 세 시간 침묵의 성체조배에 참여하고 있는 로사 자매님과 성체조배를 마치고 인사를 나누며 나눈 이야기이다.
이 기도 운동을 시작하면서 참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매주 함께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이면 빨리 집에 들어가 쉬고 싶을 텐데, 성지에 와서 성체 앞에 머물다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그분들을 볼 때면 그 희생의 마음에 감사하게 되고 또 어쩌면 사람들의 마음 안에 ‘침묵에 대한 그리움’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나로서도 침묵 속에서 성체 안의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유난히도 이런저런 걱정근심과 분심들이 떠오르고 어느 날은 졸음이 밀려오고…. 게다가 비행기는 또 왜 그렇게 자주 지나다니는지…. 그럼에도 이 기도에 분명 큰 은총이 있음을, 나는 체험으로 알고 있다.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님의 말씀처럼, “오, 얼굴을 마주하고 주님을 만나는 영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펜으로도 이것은 표현되지 못했으며 또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또한 “지구상에 지속적인 평화를 정립시키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확실하고 가장 효과적인 길은 지속적인 성체조배의 위대한 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라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말씀처럼 이 기도가 평화를 이루는데 기여하게 될 것을 믿는다. 평화를 위협하는 미움과 폭력과 증오와 전쟁이 시작되는 곳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기도는 사람의 마음을 용서와 사랑으로 바꾸어 놓는다. 성체 앞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 비생산적이고 소극적인 행동 같지만 그때, 내 안에서 움직이고 일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다. 기도는 자신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적극적인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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