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에 열린 봉헌식은 이성효 주교와 성남대리구장 조원규(야고보) 신부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900여 명의 신자들이 성지 내 새 성당 앞마당에 입장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봉헌식은 테이프 절단, 야외 성모상 및 머릿돌과 정문 축복 예절로 이어졌으며, 헌당식 후 사제단과 신자들은 새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미처 입장하지 못한 신자들은 토마스 홀(구 성당)과 그 앞마당에서 봉헌미사에 참례했다.
이성효 주교는 테이프 절단식에 앞서 “우리는 남한산성성지 새 성당을 주님께 제사를 드리는 예식으로 봉헌하기 위하여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며, “같은 세례로 다시 태어나고 같은 식탁에서 신령한 양식을 받아 모시는 우리 공동체가 영적 성전으로 성장하며 우리의 마음이 천상사랑으로 불타오르게 하기 위하여 믿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이 거룩한 예식에 참례하자.”고 말했다.
헌당식에서 성지위원회 회장으로부터 열쇠와 성당 대지와 건물 등기부등본을 받은 이성효 주교는 성지 전담 박경민 신부에게 열쇠를 건네 성당 정문을 열게 했다.
이성효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남한산성에 광주유수의 치소가 설치된 1626년(인조 4년) 이래, 신해(1781년)·신유(1801년)·기해(1839년)·병인(1866년) 등 박해 때마다 우리 신앙선조들이 이곳으로 끌려와 순교하셨다.”면서 “바로 이곳은 치명 터”라 말하고, “1801년(순조 1년) 광주 의일리(지금 의왕시)에 살던 한덕운 토마스가 체포돼 그해 12월 28일 동문 밖에서 처형되면서 천주교 신앙의 잊을 수 없는 순교지가 됐다.”고 전했다.
“이제 우리에게 놓인 새 과제는 성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라고 전한 이성효 주교는, “103위 성인 성녀 가운데 ‘김 아가타, 박 안나’ 등 성만 있고 이름이 없는 분이 많다.”면서, “‘그분들’의 본명을 우리의 세례명으로 지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성효 주교는 끝으로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당부와 같이 우리나라에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연원처럼 ‘평신도가 중심인 교회’가 되도록 힘써 달라.”고 신자들에게 강조했다.
성남대리구장 조원규 신부는 축사를 통해,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듯이, 신앙선조들의 순교로 말미암아 우리는 믿음의 열매를 얻었다.”며, “우리는 선조들과는 또 다른 모습인 땀의 순교 등으로 그 신앙의 유산을 이어나가자!”고 당부했다.
남한산성성지 성지위원회 회장 안진성(토마스 아퀴나스·분당성바오로본당) 씨는 “성지 전담 신부님을 비롯해 성남대리구 내 모든 본당과 성지 회원 및 순례자들의 희생과 봉사로 이룩한 새 성당을 오늘 하느님께 헌당하게 돼 기쁘다.”면서, “늘 주님의 백성이 하느님을 찬미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성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봉헌한 남한산성성지 새 성당의 정문 위 기와지붕 아래 ‘성당(聖堂)’과 ‘토마스 홀’(구 성당 정문 위), 순교자 기념비 대문의 ‘현양문(顯揚門)’ 등 3개 현판의 글씨는 서예가 이수현(베르나르도·성남대리구 도척본당 총회장) 씨가 썼다. 현판은 각각 추사체·궁체 흘림·예천명체로 씌어졌다. 특히 ‘聖堂’은 ‘귀는 열고 입은 작게 하여 하느님께 맡기는’ 모습과 ‘성작’을 형상화했다.
신앙을 굳건히 지킨 선조들의 피가 스며든 남한산성에 대한 성역화는 변기영(베드로) 몬시뇰이 이곳을 신장본당 관할권으로 옮겨가면서 시작됐다.
1978년 11월 교구는 남한산성 순교 터 130여 평(지금의 야외 미사 터)을 마련, 이듬해 1979년 5월 3일 서울대교구장 노기남(바오로) 대주교와 수원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한국천주교 창립기념 행사를 남한산성성지에서 개최했다. 당시 1만여 명의 신자들이 모였다. 그후, 1994년 당시 수진동본당 주임이었던 윤민구(도미니코·현 손골성지 전담) 신부를 비롯한 성남지구 사제들을 중심으로 성지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됐으며, 이어 1995년 대지를 확장하면서 성남지구의 모든 본당이 각 본당 재정 형편에 따라 열정적으로 봉헌하여 더 많은 대지를 마련했다.
1995년 10월 15일 남한산성 순교자 현양대회를 성남지구 주최로 개최했다. 교구는 마침내 1999년 9월 30일 남한산성을 순교 성지로 선포했으며, 당시 서부본당 주임 김유신(토마스 아퀴나스·현 성루카노인전문요양센터 원장) 신부를 남한산성성지 전담 초대 사제로 겸임 발령했다. 2004년부터 박경민 신부가 성지 전담 사제를 맡고 있다.
처음 대지를 마련한 후 38년, 성지 선포 후 17년째인 2015년 4월 25일 비로소 새 성전을 봉헌하게 됐다.
남한산성성지는 2012년 6월 13일 유타건축사사무소를 선정하여 7월 30일 설계 계약, 대지 면적 114평 위에 건축 면적 68평·연면적 89.75평의 한옥 형태로 새 성전을 건립했다.
2013년 3월 15일 착공, 2014년 1월 25일 입당미사, 2014년 2월 21일 새 성전을 준공했다. 1층(성전)은 철근콘크리트 조, 2층(성가대석, 성체조배실)은 목구조로 원택건설(주)이 시공했다.
박정숙 체칠리아·박화규 도미니코·성기화 요셉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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