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알림마당

Home

게시판 > 보기

교구소식

공동체제15기 수원교구 청년도보성지순례(어농~단내성가정성지 구간 동행기)

작성자 : 성기화 작성일 : 2015-07-15 조회수 : 647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7월 15일 어농성지. 오전 11시 성지 미사에 앞서 성지 전담 김태진(베난시오) 신부가 뒷짐을 진 채 오가며 성물방 앞에서 순교자 묘역 입구까지 묵주 알을 굴렸다.

 

   잠시 후 ‘제15기 수원교구 청년도보성지순례단’(이하 순례단)이 저만치 논둑길을 따라 일렬종대로 이천시 모가면 어농3리 동네 어귀에 이르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였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시편 130,2)를 주제로 펼쳐지는 8박 9일 일정의 도보순례 중인 순례단이 성지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대열 선두의 태극기와 교구기 그리고 단기가 활기차게 펄럭였다.

 

   고즈넉하던 십자가 동산의 황적색 트럼펫 모양의 능소화와 나리꽃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순례단을 반기는듯하다.

 

   이날 아침, 이천성당을 출발한 100여 명의 순례자들은 힘찬 구호를 외치며 오전 11시 30분경 어농성지 성모자상 앞 잔디광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순례단은 어농성지에 미리 와 기다리던 성남대리구 복음화국장 윤민서(미카엘) 신부를 비롯해 교구 성소국장 지철현(대건 안드레아) 신부 및 각 대리구청 사제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기수단 바로 다음 제1조의 팀원으로 후발 2~8조를 이끈 의왕본당 윤슬지(소화 데레사) 씨는 “도보순례 셋째날인 12일(주일) 오후에 흠뻑 내리는 비를 맞으며 천진암성지를 오르던 때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그때 순교 성인들과의 통공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팀원들과 함께 잔디밭에 드러누운 채 두 다리를 들어 올려 건각(健脚)을 자랑했다.

 

   제1조 팀 깃발에는 “도보는 오래 전부터 널 위해 준비된 하느님의 크신 사랑이다.” “나에게 도보는 다른 사람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것이다.” “도보는 남의 고통을 내가 대신 가져가는 것이다.”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성지 성당 앞 야외식당에서 점심식사 전까지 순례자들은 아픈 발과 다리를 매만지며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또한 땀에 젖은 유니폼 상의를 펼쳐 널기도 했다. 그 반팔 셔츠 가슴 부분에는 ‘정의·평화·사랑’이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점심식사 후 1시 10분 경 성모자상 앞 잔디광장에 다시 모인 순례단은, 지휘자의 “좌우로 정렬!” 지시에 따라 대오를 맞췄다. 이어 김태진 신부에게 하느님의 강복을 청해 받았다. 이어 김태진 신부가 “순교의 정신으로 힘차게 걸으십시오!”라고 외치자, 이에 순례자들은 박수·환호와 함께 “감사합니다, 아멘!”이라고 화답했다.

 

   성지 방문 기념 배지를 모자에 달고서 사제단의 환송을 받은 순례단은, 어농성지 야외스피커에서 은은히 나는 단선율의 그레고리오 성가와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를 뒤로하며 다음 기착지인 단내성가정성지를 향했다.

 

   이때, 여태까지 쨍쨍하던 뙤약볕이 구름 속에 가려졌다. 그럼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터라 순례자들의 두 뺨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땀줄기가 흘러내렸다.

 

   잠시 후 한 대원이 대열에서 흐트러지려하는 모습에, 다른 대원이 “유배를 보내시오!”라며 순교 성극의 한 대목처럼 외치자 또 다른 청년이 “아니 되옵니다!”로 되받아쳤다. 이에 온통 웃음바다가 됐다.

 

   2시를 조금 넘겨 단내성가정성지에 순례단이 도착할 즈음, 그 동네 마을회관 스피커에서는 폭염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성지 내 성가정상 앞 잔디밭에서 잠깐 쉰 순례단은, 교구 성소국에서 마련한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랬다.

 

   성지를 떠나기에 앞서 ‘한국 순교자들에게 바치는 기도’를 할 때, 성지 상공에는 전투기 편대가 큰 소리를 내며 날아가고 있었다. 그 비행기의 굉음도 청년들의 힘찬 기도 소리를 꺾지 못했다.

 

   순례단은 이내 단내성가정성지를 떠나 오른쪽 길로 접어들며 복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행길을 따라 양지성당을 향했다.

 

   성지 입구에서 순례단 도보행렬을 바라보고 있던 한 신자의 말이 한동안 귓전을 맴돌았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로마 10,15)


성기화 요셉 명예기자

 

신고사유를 간단히 작성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