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아들 바오로와 한국 천주교 성지순례 여덟 번째로 찾은 곳은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수원성지(북수동성당)이다.
먼저 아들 바오로와 함께 전대사를 받기 위해 미사에 참례했다. 미사 후에는 무명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을 기리고 수원성지 순교자 지다두를 비롯한 여덟 분의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성지를 돌아보았다.
성지 마당에 아담하게 조성된 ‘묵주기도 길’이 소박하면서 정겨웠다. 정약용이 설계했다는 봉화대를 본뜬 모양의 묵주알과 버드나무 형태로 성곽 둘레를 축소한 로사리오 화단이 눈길을 끌었다. 예쁘게 조성된 화단에는 우리 꽃, 야생화 2천여 종이 무명 순교자들을 기념하며 심어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성모상 앞에 무릎을 꿇고 아들 바오로가 주님의 뜻에 따라 그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은총 청하며, 성모님의 간구로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의탁하는 아들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아들 바오로를 위해 기도를 바쳤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성지 한쪽 뜨락에 형성되어 있는 형틀(돌 형구)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 당시 형틀(돌 형구)이 있어서 순교자들의 죽음이 더 실감나게 다가왔다. 이 형구는 정조대왕 사후 대박해가 시작되면서 천주교인들 중 평민 이하 천민들을 심문했던 ‘이아터’에서 발견된 형구이다. 뒷면 그림의 구멍이 크게 뚫린 쪽에 순교자들의 목을 놓고는 밧줄을 목에 건 다음, 앞면 그림의 구멍이 작게 뚫린 쪽에서 밧줄로 잡아 당겨 죽이는 형틀이었다. 이 형틀을 보고 순교자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다.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였던 신앙 선조들의 순교가 너무나도 거룩해 보였다. 난 지금 이 세상에서 너무 편하게 하느님을 믿고 신앙생활하고 있다. 누구도 내가 하느님을 믿는다고 목숨을 거둬가지는 않는다. 이렇게 축복된 시간 속에서 거룩한 미사를 봉헌하고 자유롭게 신앙생활 할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앞으론 어떠한 박해와 고난이 오더라도 신앙을 전교함에 주저함 없이 따르는 것이 순교 정신이라 생각된다. 내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봉사하고 신앙을 전파하는 일이 최선이라 생각해 본다.
수원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수원성지는 2000년 천주교 성지로 선포되었는데, 토포청, 이아, 화성행궁, 형옥, 종로사거리, 장안문 박과 팔달문 밖 장터, 동남각루, 암문(다섯군데), 동장대, 사형터, 방화수류정, 황홍문 등 수원 화성 성곽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다. 제4코스로 성지를 돌아볼 수 있다.
수원성지에서는 박해 시대에 수원 화성에서 순교한 일흔여덟 분(치명일기)과 수많은 무명 순교자들의 순교 정신을 기리고 있는데 특별히 그 가운데 지 다두를 비롯한 수원성지 순교자 여덟 분의 시복운동을 벌이고 있다.
6·25 때 순교한 심응영(뽈리데시데라도) 신부는 수원의 거룩한 순교를 기념하고 미신 타파를 위해, 수원 최초 고딕식 성당이며 근대식 건축인 수원성당을 지었는데 한국전쟁을 거치며 유실되었고 현재 복원 예정이다. 심응영 신부가 세운 수원 최초의 사립 소화초등학교는 뽈리 화랑이라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님, 당신 뜻이 이루어지소서!” 라고 간절히 기도드리며, 오늘 성지 순례를 마무리 하니 마음이 풍요롭고 은혜로웠다.
박명영 가타리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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