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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마당[선교지에서 온 편지 - 남수단] 딩카말로 성경 읽기

작성자 : 홍보전산실 작성일 : 2016-11-13 조회수 : 1119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지요? 우리들은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해 주신 덕분에 지금의 문화적 번영과 풍요를 누리고 있음을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말 우리글’이 우리에게는 언뜻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에티오피아를 제외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의 국민들에게는 ‘우리 글’이라는 개념이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일이거든요. 남수단의 경우에도 부족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말을 사용하는데, 고유의 글자를 보유한 부족은 없습니다.


   남수단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국가 통용어는 영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부족들을 통합하고자 하는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 그나마 생활영어라도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국민의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아강그리알·쉐벳 선교지에서도 미사를 드릴 때는 늘 통역이 필요합니다. 영어로 강론을 하면, 통역하는 사람이 딩카말로 통역해주는 식이지요. 그런데 이 통역이 올바른지 저로서는 알기 힘듭니다. 짧은 강론을 했는데도 통역이 길 때도 있고, 제가 길게 이야기 했는데도 짧은 통역이 이뤄지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딩카말을 몇 단어라도 이해하게 된 지금은 가끔 통역을 듣고 ‘내가 한 말은 이게 분명히 아닌데…’ 하고 알아차립니다. 알고 나니 더 속상하더군요.



E he ha shut sup ni ka?(이해하셨습니까?) 이런 식으로 읽는 것이 ‘동모인장’입니다. 영어도 아니고 딩카말도 아닌 어중간한 발음표기법입니다.


   말씀을 통해서 선교를 하는 것인데, 말씀이 그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너무도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강론이야 못 들어도 그만이지만 성경 말씀은 제대로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딩카족을 처음으로 선교하셨던 이탈리아 신부님들도 아마 같은 마음이셨나 봅니다. 영어의 발음 기호로 딩카어를 표기하는 방법을 고안해 미사 경본과 신약성경을 딩카말로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영어 발음기호를 차용해 딩카말 발음을 표기한 것이지요.


   이 딩카말 표기를 딩카사람들은 ‘동모인장’이라고 부릅니다. 동모인장은 ‘사람 중의 사람들이 쓰는 말’이라는 뜻이랍니다. 사람들 중에서도 으뜸 되는 사람들의 언어라는 뜻이지요. 정말 자기 부족 말에 대한 자부심 하나만큼은 하늘을 찌릅니다. 그런데 정작 신자들 중에는 동모인장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동모인장’을 잘 읽지만 뜻은 모르고 소리를 내어 읽을 줄만 압니다. 반면, 딩카 사람들은 동모인장을 잘 못 읽지만 소리를 들으면 알아듣습니다.


   지난주부터 주 4회 두 시간씩 성당에서 동모인장으로 인쇄되어 나온 신약성경을 신자들과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소리 내 성경을 읽고 신자들은 자리에 앉아서 저를 따라 읽거나, 제가 성경 읽는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다보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지치고 뜻을 모르니 따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입을 통해서 하느님의 말씀을 신자들이 그들의 언어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이 정도 수고쯤은 선교사제로서의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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