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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소식

공동체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판을 깔다

작성자 : 홍보국 작성일 : 2018-09-04 조회수 : 2475

교회를 떠나는 젊은이들


2017년 수원교구의 규모와 현황을 조사한 「2017 교구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말 교구 신자 수는 90만 명을 돌파했다. 약간의 부침은 있었으나 2017년 말 한국 교회의 신자 비율은 11.0%로 지난해 10.9% 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소년·청년층의 비율은 여전히 줄어들고 있다. 주일학교에 등록된 수원교구 청소년은 초등부 1만8946명, 중등부 5215명, 고등부 2402명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828명, 284명, 374명 줄었다. 교회 또한 사회처럼 점점 노령화되고 있는 것이다.

본당에서도 이런 현상은 뚜렷이 느껴진다. 초등부에서 중·고등부로 가면서 인원이 줄고, 중·고등부에서 청년부로 가면서 또 줄어든다. 그렇다면 왜 교회는 어린이들이 중·고등학교를 거쳐 청년이 되고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신앙 활동이 이어지도록 하지 못하는 걸까? 무엇이 문제일까?


무엇을 할지 모르는 아이들

 

   현재 교회에서 초등부 어린이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목은 주일학교가 대부분이다. 청소년 사목은 이벤트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청소년 대상 피정이나 영성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학업에 치이는 청소년들을 잡아두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가톨릭에는 ‘청소년 문화’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청소년 축제의 경우도 대부분 아이돌 그룹처럼 노래하고 춤추고, 유명 TV 프로그램을 따라 하기 일쑤다(2016.07.05. 가톨릭신문 “교회에 청소년 문화가 없어요” 참고). 교구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청년·청소년 프로그램도 그들이 주가 돼서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기보다는, 이미 짜여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정도다. 신앙생활이 굉장히 수동적이 돼 가는 것이다. 이미 수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에게는 성당에서의 활동은 그저 ‘심심한’ 것이 돼 버리고 만다.


   신앙생활에 모범이 되고 근간이 되어야 할 가정에서도 대다수 부모의 관심사는 성적이다. 아이에 대한 고민과 걱정은 시험 점수와 진학 문제로 귀결된다. “기도하자”라는 얘기보다 “공부해라”, “학원가라”가 주된 이야기이고, 시험이 있다면 미사는 언제든지 빠져도 되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문화생활을 즐기고, 미래를 꿈꾸며, 성숙한 신앙생활 속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는 아이가 아니라 공부‘만’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공부만 잘하게 되면 모두 오케이 되는 것일까?


꿈을 꾸고 비전을 생각하는 아이들



   제2대리구 고잔 본당(주임 현정수 요한 사도 신부)에는 청소년 사목을 위한 특별한 모임이 생겼다. 이름하여 꿈보비아. ‘꿈은 보는 만큼 생기고 비전은 아는 만큼 보인다’의 준말이다.


   지난 2월 고잔 본당 청소년들은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나가 현지 아이들과 소통하고 신앙과 비전에 대해서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정수 신부는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 안에서 청소년들이 더 나은 세상을 찾아 꿈과 비전을 형성하도록 이끌어 주기 위하여 이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교회의 주인은 청소년이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부모와 사제는 아이들을 물가로 이끄는 역할만 한다. 물을 마시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청소년들 참 바쁘다. 학교에, 학원에 스케줄이 빡빡하다. 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게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신앙을 위해서, 하느님을 위해서 뭔가 하고 싶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스스로”를 시작한 아이들


    ‘꿈보비아’를 시작한 아이들은 아직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 2월, ‘꿈보비아’가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정, 숙소’ 등 모든 것이 아이들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처음이라 시행착오도 물론 있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은 배우고 성장했다.


   “꿈보비아를 통해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 든다(김규리 글라라·10세).”며 어른스러운 대답을 하는가 하면, “아직 어리지만 혼자 할 수 있어요. 엄마가 조금만 더 풀어줬으면 좋겠어요(박문현 비르짓다·10세).”라며 의외로 자유로움을 만끽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 나가서 그 나라 문화를 느낌과 동시에, 같은 신앙인으로서 더 친밀감을 느꼈다. 해외에서 느낀 교회의 위대함은 색달랐다. 말은 안 통하지만 같이 미사를 드리면서 마음 통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거룩하고 보편된 ‘가톨릭교회’라는 것을 깨달았다(박소연 유스티나·17세).”


   온전한 자유가 주워졌을 때, 처음 아이들은 갈팡질팡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 지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아이들을 지켜봤던 부모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이제 막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한 아이들. 그동안 아이들은 도전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비전을 알아 가는데 든든한 울타리가 돼 주기로 한 부모들도 사뭇 달라진 아이들의 모습이 낯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대견하다고 말한다. “신앙생활을 알아서 하고 있다.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 더 보인다. 더 굳건하게 주님을 믿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양수지 베네딕다).” “꿈보비아 활동을 통해 아이의 마음이 큰 게 보인다. 더불어 부모들도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박은경 레아)”.


청소년 사목의 새로운 판이 되길


현재 꿈보비아 활동을 하고 있는 인원은 아이들 15명과 그 아이들의 부모 총 30여 명이다. 이들은 “앞으로 대한민국과 아시아의 복음화와 토착화를 위하여 1년에 한 번 외국과 국내 곳곳에서 활동하면서, 청소년들 스스로 하느님과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며, 한국 가톨릭교회 청소년사목의 판(pan)이 꿈과 비전을 나눌 수 있는 ‘플랫폼(Plat-Form)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혜원 릿다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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