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녜스의 집 할머니들이 밥집을 운영해 모은 수익금과 자발적으로 모은
성금 120만 5000원을 가난한 나라 백신 나눔 기금으로 수원교구에 전달했다. 수원교구 제공
노인주거복지시설 아녜스의 집(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 575-1)에 사는 할머니들이 밥집을 운영해 모은 백신 나눔 기금을 수원교구에 전달했다.
할머니들이 코로나19 백신 기금을 마련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8월, 가톨릭평화방송 등을 통해 대한민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무료이지만,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백신을 맞기 어렵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할머니들이 백신 기금 마련을 위해 생각한 아이디어는 요리였다. 이곳에 사는 할머니들은 1주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시설 밖에서 식사한다. 할머니들은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밖으로 나가는 대신 시설 내에 밥집을 차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금을 가난한 나라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다. 한 끼 당 식사는 5000원, 수익이 나면 모두 백신 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음식 솜씨가 좋은 할머니 3명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강원도에서 식당을 했던 할머니가 사장 겸 주요리를, 나머지 2명은 밑반찬을 맡았다. 직접 돌아다니면서 주운 도토리로 묵도 쑤고 빈대떡과 고구마전을 부쳤다. 9월 10일 할머니 밥집이 문을 열었고 식사를 한 할머니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아녜스의 집 김준화(크리스티나) 사회복지사는 “봄동 겉절이, 도토리묵 등 제철 음식을 제공해 다른 할머니들의 칭찬이 자자했다”며 “내년에도 밥집을 열면 이용하겠냐는 설문 조사에 모든 어르신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밥집을 이용한 할머니들의 우울감 척도가 떨어졌고, 밥집을 운영한 할머니들도 책임감으로 자기 관리를 더 철저히 하는 이중의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12월 17일 밥집 수익금과 자발적으로 모금한 돈을 합쳐 120만 5000원을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에 전달했다. 아녜스의 집을 찾아 성금을 받은 교구 사회복음화국 부국장 이규현 신부는 할머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 밥집은 12월 17일 문을 닫았지만 곧 다시 열 계획이다. 김 사회복지사는 “할머니 밥집을 다시 열 경우 수익금을 어떻게 쓸지 할머니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잠정적으로는 내년 상반기 수익금은 백신 기금으로 전달하고 하반기는 미혼모 돕기 등 생명 나눔에 쓰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천사의 모후원에서 운영하는 아녜스의 집은 65세 이상 일상생활이 가능하신 어르신들이 사는 곳으로 국민기초생활 보장수급자와 차상위 계층만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 사는 할머니들은 모두 38명이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가톨릭평화신문 2022.01.09 발행[16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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