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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5-09 10:46:37 조회수 : 56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에 따라 각자의 삶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 나가는 것을 우리는 ‘거룩한 부르심’, 곧 ‘성소’라고 부릅니다. 그렇기에 성직자나 수도자가 되는 것만이 아니라 혼인이나 직업 등, 성소는 우리 일상 전반에 걸쳐 나를 불러주신 하느님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필요한 단계 중 ‘성소 정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사제가 되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 계기는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신부님의 제의가 멋있어 보여서,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권유해서, 신부님이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겠다고 하신 것들과 같이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성소의 계기가 사제가 될 때까지 쭉 이어진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내가 멋져보이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이 하라고 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서 사제가 되려한다면 말입니다. 그것은 교회에도, 그 사람에게도 결코 건강하지 못한 일일 것입니다. 성소에 응답한다는 것은 하느님께 응답하는 것이지, 결코 자기만족이나 타성으로 인한 것이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성소 정화'란 내가 주변적인 것들에서 시선을 돌려 가장 근본적인 분, 하느님을 바라보는 과정입니다.

성소 주일을 맞아 저의 정화 과정을 돌이켜 봅니다. 처음 신학교에 들어가고자 마음을 먹었을 때 제 마음 안에는 하느님보다는 제 생각이나 판단이 더 크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가 사제직을 통해 주변에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고자 한다기보다는 ‘나는 이런 사목을 해야지’와 같이 저의 바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 또한 컸습니다. 다행히도 주님께서는 그렇게 부족하기만 한 저의 성소 여정에 함께 해 주시고, 제 성소를 정화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일이지만, ‘나는 왜 사제가 되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저는 제 나름대로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을 이루고 싶어서’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해 주시니까, 내가 하느님을 사랑하니까’ 하고 말입니다.

물론 그 답을 나름대로 발견했다고 해서 성소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찾은 성소를 제 안에 새겼던 순간이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인정이나 어떤 결과를 초월하여 저를 사랑하시고 불러주신 하느님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복음 말씀처럼, 헤매고 있는 양인 저를 위해 당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계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은 어떤 성소의 여정을 걸어가고 계시나요?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이 나에게 무엇을 바라고 계시는지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의 성소를 기리는 이 성소 주일에 우리의 사명을 함께 찾고 지켜나갈 수 있기를 마음 모아 기도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는 순간은 분명 이 세상 어느 때보다도 기쁜 순간이 될 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