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여름은 뜨겁습니다. 4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도 불구하고 352년 8월 5일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는 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습니다. 리베리우스 교황(352~366년 재위)은 전날 밤 꿈에 ‘눈 내린 언덕에 성당(雪地殿)을 지어달라.’라는 성모님의 환시를 본 후 성전 건립을 명합니다.
그렇게 지어진 성모 마리아 대성당은 로마의 4대 성당 중 규모가 제일 작지만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모자이크 작품, 루카 복음 사가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초세기 성모님의 이콘이 모셔진 파올리나 소성당과 일명 ‘시스티나 소성당’이라 불리는 성체 소성당 등은 그 아름다움으로 순례의 피곤함마저 잊게 해줍니다. 마태오 사도의 유해가 모셔진 성전의 중앙 제대에서는 매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가 교황님의 주례로 봉헌됩니다. 그리고 중앙 제대 아래쪽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예수님을 뉘었던 베들레헴 마구간의 구유 일부가 ‘성유물’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성문(Porta Santa)은 성전 왼쪽에 열려있습니다. “나는 문이다.” 성문은 그리스도(요한 10,9 참조)와 그분의 자비를 의미하며,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가 예수님과 만나 하나가 되고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위안을 얻고자 하는 희망이고 은총입니다. 어쩌면 성문을 앞에 두고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은 길게 늘어선 줄 때문이 아니라, 그 문이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난달 선종하시고 이곳 성모 마리아 대성당에 안치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성탄 전야, 희년의 첫 강론 말씀이 떠오릅니다. “희망은 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의 희망이며 사그라지지 않는 꿈이어야 합니다. 희망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지금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약속입니다. 희망의 순례자들을 통해 지금이 희망의 때가 됩니다. 우리 순례자들이 희망의 상징이 되어야 합니다.”
참고로 성모 마리아 대성당 입구 검문소(4대 성당은 검문소를 통과해야 함) 길 건너에 초기 순교자들의 유해와 모자이크로 유명한 프라세데 성당(Basilica di Santa Prassede)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