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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너희와 함께!”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6-05 13:55:22 조회수 : 64

교회는 주님 부활 대축일 이후 50일째 되는 날인 오늘을 ‘성령 강림 대축일’로 성대하게 지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보호자 성령을 보내주신 것을 기리면서 우리도 제자들처럼 성령의 은사로 말미암아 그 열매를 맺어가길 독려하는 것입니다. 각자가 성령을 통해 받는 은사와 맺어가는 열매는 다르지만, 복음에서 예수님이 성령의 열매 중 하나로 말씀하신 ‘평화’를 통해 오늘 주님의 사랑을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예수님의 이 인사말은 무언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니, 가장 평화롭지 못하게 돌아가신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지?’라고 말입니다. 실제 평화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사람들의 모욕과 그들이 가하는 고통을 감내하셔야 하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제자들 또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하기 이전까지 예수님처럼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숨거나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던 형국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도 비슷한 체험을 합니다. 미사 때마다 주님의 평화를 청하고 또 그것을 서로에게 빌어주지만, 가족, 이웃, 직장, 인간관계 안에서 불화와 다툼을 경험하고 신앙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회의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 제자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평화는 무슨 의미일까요?


일반적으로 사회에서는 평화를 ‘다툼이 없는 상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평화로운 사람은커녕 평화를 깨는 분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당신의 가르침과 행적을 부정하고 철회한다고 이야기만 하였어도 온갖 다툼과 희생을 피할 수 있으셨을 텐데 그러지 아니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과 교회가 이야기하는 평화는 단순히 다툼이 없는 상태가 아닌 그 이상을 넘어서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요한 복음에서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하고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시며 번민하시기도 하셨지만, 끝까지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시며 당신을 못 박는 이들까지 용서하셨듯이,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바탕으로 굳건하게 서 있는 것이 신앙 안에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예수님께서는 누구보다 평화로우신 분이시며, 우리에게 성령으로 말미암은 평화를 빌어줄 수 있으신 분이십니다. 주님의 평화가 우리가 애초부터 힘든 일을 겪지 않게 하거나 그 모든 것을 없던 일로 만들어 주는 마법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그 옛날 제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 또한 성령을 보내주시며 함께 하시듯,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삶 속에서 아파하고 신음하는 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함께 주님을 바라보며 그분께 의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성령의 오심을 기리는 오늘, 신자 여러분 모두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가득히 누리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