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서 다시 국정(國政)을 운영해 나가고 있는 트럼프는 여러 가지 이슈들로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경한 대응이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실행하겠노라고 천명(闡明)합니다. 그리고 이후 실제로 관련 행정명령과 조치를 통해 이를 구체화하고 있죠. 최근에는 두 살배기 아이와 그 부모를 따로따로 추방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아이는 얼마 후 무사히 어머니 품으로 돌아갔다고는 합니다만, 이러한 조치가 결코 옳았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은 물론 그의 독단은 아닐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어떤 정책도 결코 사적인 이유로 결정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여론을 따릅니다. 더 정확하게는 자신에게 표를 던져줄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살피죠. 정치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강경한 대응 역시 현재 많은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반이민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는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유럽에서도 반이민 정서가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반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극우(極右) 세력도 꽤 커졌죠.
이러한 현상들은 백여 년 전 독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1930년대 독일 사회는 제1차 세계 대전(1914-1918) 이후의 패전(敗戰) 후유증과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大恐慌)으로 인해 극도로 불안정했습니다. 사람들은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죠. 그런 그들 앞에 바로 ‘히틀러’가 구세주로 등장합니다. 그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려 했어요. 우리는 위대한 민족이라고 말하고 싶었죠. 그러나 그가 선택한 방법은 20세기 최악의 비극으로 돌아옵니다. 그는 독일인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해 유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습니다. 그들에게 모든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습니다. 그렇게 극단적인 반이민 정서는 역사의 큰 아픔만을 남기고 말았죠.
트럼프가 종종 하는 말이 뭔지 아시나요? “Make America Great Again!” 네, 맞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그는 외치죠. 동시에 미국엔 반이민 정서가 확산되고 있고요. 20세기의 비극이 반복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겁은 납니다. 현상에 주목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로이 선출되신 교황 레오 14세께서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이민자에 대한 존중을 촉구하시면서 하신 말씀은 큰 울림을 줍니다.
“태아부터 노인까지, 병든 이부터 실직자까지,
시민이든 이민자든 상관없이 누구든 모든 이의 존엄성을
보장하려는 노력에서 제외되어선 안 됩니다.”
교황님 말씀처럼 사람은 모두 소중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극우도 극좌도 아닙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람’ 중심이어야 합니다.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세상이 펼쳐지길 하느님께 청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