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성직자의 시신을 거둔 이문우 요한(축일 9월 20일)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7-11 11:16:53 조회수 : 35

“제발 마귀와 세속과 육신, 이 세 가지 원수의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이 세 원수 중에 가장 위험한 것이 ‘육신’입니다. 끊임없이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묵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정성껏 드려야 합니다. 매 처마다 열심히 묵상하면 영혼이 거룩해질 것입니다. 또한, 갖가지 핑계로 성사(聖事)를 멀리하지 마십시오. 하루하루 미루다간 지옥에 빠지고 맙니다”(이문우의 ‘옥중 편지’ 중에서).  


이문우(1809~1840)는 경기도 이천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서울에 사는 한 교우 집에 입양되었습니다. 이문우는 장성해서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양어머니가 결혼하기를 원해 효성이 지극했던 이문우는 그 뜻에 따라 결혼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결혼 후에 아내와 자식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주위에서 재혼하라고 권했으나 그는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이문우는 모방 신부 곁에서 복사로 있으면서 사목활동을 도왔습니다. 앵베르 주교는 이문우의 충직함을 높이 평가하여 회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는 주교를 보필하며 교우들을 열심히 도왔습니다. 기해박해가 시작되자 이문우는 박해상황을 수시로 보고했고, 체포된 교우들을 돕기 위해 기부금도 모았습니다. 또한, 성직자가 순교한 후에는 시신을 거두어 장사를 지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매우 위험했으나 이문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이문우가 어느 교우집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포졸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이문우는 포도청으로 끌려가며 말했습니다. “천주님께서 특별한 은총으로 나를 부르시는데 어찌 천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음 날, 포도대장 앞으로 불려갔습니다. 그때부터 신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너는 훌륭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몸인데 어째서 과거를 보아 이름을 떨칠 생각은 않고 사악한 종교를 믿어 목숨을 잃으려고 하느냐?” 

“나도 사람인데 어찌 죽기를 바라겠소? 나는 만물의 주인이신 천주를 배반할 생각이 전혀 없소. 그러니 나에게 천주를 배반하라고 하지 마시오.” 

포도대장은 술과 고기로 이문우의 마음을 바꾸려 했으나 헛수고였습니다. 이문우는 다시 감옥에 갇혔습니다. 한 옥리(獄吏)가 이문우의 옷차림을 보고 돈을 감추어 둔 것 같다며 돈 숨겨둔 곳을 대라 했습니다. 가진 돈이 없다고 하자 곤장 20대를 쳤습니다. 그의 온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이후 이문우는 형조로 이송되었고, 형조에서는 “이문우는 서양놈들의 제자가 되어 제사를 폐지하고 인륜마저 저버리고 오직 죽기만을 바랄 뿐이므로 사형을 내려주소서.”라고 조정에 요청했습니다. 결국 이문우는 당고개에서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