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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희년 칙서들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07-11 11:17:20 조회수 : 38

스페인 발렌시아 출신의 교황 알렉산데르 6세(본명: 로드리고 보르지아, 재위 1492–1503년)는 르네상스 시대 교황직의 세속화와 족벌주의의 상징으로 자주 언급되며, 성직 매매와 정치적 부패로 악명이 높았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1500년 희년을 앞두고 전례적・제도적으로 가장 정교하게 기획된 희년을 실현한 교황이기도 합니다. 1498년부터 1499년 사이에 네 개의 주요 칙서를 반포하며 희년의 의미와 시행 절차를 구체화하였고, 이들 문서는 교의적으로도 일관된 방향을 보여줍니다.

첫번째 칙서인 「Consueverunt Romani Pontifices」(1498년 4월 12일 또는 1499년 초)는 다가오는 1500년이 보니파시오 8세가 최초 희년으로 제정한 1300년으로부터 첫 번째로 거행되는 100년이 되는 희년임을 강조합니다. 이는 1400년에 희년이 정식으로 거행되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이 칙서는 희년의 은총이 로마 순례에 집중되도록 기존의 전대사와 특전을 일시 정지시켰으며, 두 번째 칙서 「Inter multiplices」(1499년 3월 28일)는 이 조치를 강화하고 엄격히 재확인합니다. 이어 세 번째 칙서 「Inter curas multiplices」(1499년 12월 20일)는 희년의 시작일을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로 고정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Porta Sancta) 외에도, 성 바오로 대성당, 라테란 대성당, 성모 마리아 대성당의 성문들도 개방한다고 선언합니다. 또한, 성 베드로 대성당 내에 교황과 사도좌에 유보된 죄에 얽매인 이들을 위한 참회 담당 의전 사제(poenitentiarius)들을 임명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칙서에는 교황 문서로는 처음으로 연옥 영혼들에게도 희년 전대사의 적용이 가능함을  명시합니다. 곧, 신자들이 연옥 영혼들을 위해 희년 기간 중 위에 언급한 성당들을 방문하고, 성 베드로 대성당 보수를 위한 헌금을 경건히 봉헌하였다면, 그들이 받는 전대사가 전구의 형식으로 연옥 영혼들에게 벌의 완전한 사면(plenaria poenarum relaxatio)을 위한 대사로 전가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알렉산데르 6세는 약 1200년 된 성 베드로 대성당의 심각한 노후화를 인식하고, 그 보수 및 재건을 위해 희년 대사와 헌금을 연결시킨 첫 교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훗날 마르틴 루터가 제기한 95개 논제에도 언급될 정도로, 종교개혁의 핵심적인 논쟁 주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칙서 「Pastoris Aeterni Qui」(1499년 12월 20일)는 특히 희년 고해 질서를 규정하는 교회법적 문서로,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임명된 아홉 명의 참회 담당 의전 사제들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이들에게 교황청 유보죄에 대한 사죄 권한을 부여합니다. 또한, 그 외의 고해사제가 이 권한을 침해할 경우, ‘자동 파문’이라는 중대한 교회법적 제재가 가해질 것을 경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