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가르침은 때론 참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가끔은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언제는 “이들도 저희처럼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고 말씀하셨는데, 오늘은 “불을 지르러 왔다.”라고 하시고 또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라고도 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전 상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주인을 맞이하는 종처럼 깨어있으라.’ 하고 가르치셨으며, 세상 걱정에 허덕이는 것이 아닌 하느님의 섭리에 온전히 의탁하여 걱정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리라 가르치셨습니다. 탐욕으로부터의 경계와 바리사이들의 위선에서 벗어나 복음을 전하라 명하셨습니다. 세상이 주는 만족, 내가 해결 할 수 없는 걱정들로부터 자유로워져 복음을 전하는 종의 모습으로 주인을 맞이하라 하십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는 내가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갈라져, 맞설 것이다.” 거짓 예언자들이나 지금 이 시대에 내가 원하는 평화가 아닌,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있습니다. 주님은 그것을 약속하셨습니다.
주님의 평화는 가족간의 천륜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위해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용기에서 비롯합니다. 오늘 복음에 “서로 갈라져”에서 사용된 단어는 ‘διαμεμερισμένοι’로, 이는 ‘나누다, 분배하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단어는 복음에서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군사들이 예수님의 옷을 나누어 가질 때, 제자들에게 잔을 나누어 마시라고 하실 때.’ 예수님께서는 몸소 당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셨고, 당신의 목숨마저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구원을 가져다주는 혁명가의 모습이 아닌, 주님의 기준에서 구원자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성체를 모시기 전 사제는 빵을 쪼개어 신자들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빵을 쪼개는 모습은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주신 것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리스도의 죽음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성찬례에 초대된 이들은 그리스도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리스도의 몸을 통해 하나가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분열은 당신 안에서 하나가 되기 위한 희생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주님만 위해서 세상을 버리고, 갈림 없는 마음으로 주님의 길을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나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