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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와 인간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10-16 19:25:11 조회수 : 43

SNS(Social Network Service,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것을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왜 내 사생활을 누군가에게 공개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었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를 더 빛내주는 듯한 비싼 옷을 입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멋있는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 등을 그저 자랑하기 위한 도구로서 SNS라는 것이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저의 이러한 생각이 편견일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 언론을 통해 접하게 된 한 아이의 삶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살던 아이의 이름은 ‘카를로’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믿음이 강해서 영성체에 너무도 기쁘게 참여하는 그런 아이였다고 합니다. 컴퓨터를 잘 다루었는데 특별히 IT(Information Technology, 정보기술)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해요. 믿음이 강하고 컴퓨터를 잘 다루었던 아이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자신의 재능을 맘껏 펼쳐보기로 결심을 합니다. 자원봉사자를 위한 새로운 웹사이트를 디자인하고, 본당과 지역 사회의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데 힘쓰죠. 무엇보다 SNS를 활용하여 복음의 빛과 기쁨을 전하고자 힘써요. 또래 친구들이 SNS를 통해 새 옷이나 새 신발을 자랑하기 바쁠 때, 아이는 SNS를 활용하여 한 친구라도 더 하느님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죠. 하지만 그 활동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아이가 백혈병 진단을 받게 되거든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요? 그러나 그러한 순간에도, 곧 하느님을 만나게 되리라는 확신에 가득 찬 아이는 오히려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위로해 주었다고 해요. 그렇게 카를로는 15년이라는 짧은 삶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그러나 그의 ‘선한’ 영향력은 세상에 여전히 남았습니다. 성체를 향한 순수한 열망과 선교를 위한 혁신적인 노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죠. 그리고 지난 9월 7일, 교황 레오 14세는 카를로를 성인품에 올리십니다. 인터넷을 통해 복음을 전하던 그 아이는 이제 ‘성(聖) 카를로 아쿠티스(St. Carlo Acutis, 1991-2006)’로 불립니다. 


성인의 삶을 바라보며, 결국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NS가 문제가 아니라 SNS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최근 화제의 중심에 있는 ‘AI 기술’도 그러합니다. 칼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처럼, 새로운 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는 결국 우리 손에 달린 것이죠. ‘희년’에 하느님께서는 땅을 쉬게 하심으로써 당신 백성이 새로운 도약을 하게끔 인도하십니다. 희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러므로 우리의 새로운 도약과 그를 위해 필요한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성인의 삶이 우리에게,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