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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영 비오 신부(분당야탑동 본당 보좌)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10-22 16:19:49 조회수 : 77

오늘 우리는 ‘바리사이와 세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십일조를 바치고 정해진 계명에 충실했던 바리사이.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죄인으로 낙인 찍혔던 세리. 바리사이는 고개를 들고 당당한 모습으로 하느님께 기도를 바쳤지만, 세리는 뒤에 서서 차마 고개를 들지도 못한 채 조용히 읊조립니다.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바리사이가 세리보다 의인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계명을 준수하고 맡겨진 율법에 충실했던 바리사이지만, 정작 그들의 내면은 텅 비어있는 곳간과 같았습니다. 율법과 계명을 문자 그대로만 지켰을 뿐, 계명에 담긴 사랑의 골자를 삶으로 끌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적인 우월감에 취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겸손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리는 바리사이와 달리 숨죽이며 기도합니다. 자신이 죄인임을 아는 그는 떳떳하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자비를 청하며 진심 어린 기도를 바칩니다. 가슴을 치며 기도하는 그의 모습에는 왠지 모를 애틋함마저 느껴집니다. 겉치레가 아닌,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도를 바친 세리. 바리사이처럼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며 살진 못하지만, 자신의 비천한 모습을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진정으로 간청합니다. 형식적인 기도와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도. 주님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무엇일까요?


참된 겸손은 하느님 앞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것입니다. 자신의 부족함마저도 하느님 앞에 내어 보이며 그분께 자비를 청하는 것입니다. 겸손한삶을 살 때 우리는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과 화해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듯 다른 이웃의 허물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 앞에 당당히 나서서 기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주님께 

도움과 자비를 청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