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이날 교회는 세 대의 미사를 봉헌합니다. 첫째 미사는 세상을 떠난 특정한 이를 위해 봉헌되고, 둘째 미사는 세상을 떠난 모든 교우를 위해 봉헌되며, 셋째 미사는 교황님의 뜻에 따라 봉헌됩니다. 이러한 세 대의 미사를 통해 신자들은 먼저 떠나간 이들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자비를 구하고, 그들이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돌아가신 모든 이를 생각하면 먼저, 나와 가장 가까웠던 분들부터 생각납니다. 가족부터 친구까지 나와 가까웠던 이들이 생각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게 됩니다. “주님, 그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들에게 비추소서.” 그러고는 저의 죽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죽음’은 누구나 다 맞이하는 것이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위령의 날을 맞이하는 교회가 지향하는 한 가지는 ‘희망’입니다.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로마 5,20).
누구나 죄를 짓고 살아가기에 ‘죽음’을 묵상하면서 자연히 나의 죄를 생각하게 됩니다. ‘죄가 많은 나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될까?’ ‘하느님께서 죄 많은 나도 사랑해 주실까?’ 그러나 로마서의 말씀을 통해 교회는 우리에게 희망을 선물해 줍니다. ‘희망’은 하느님의 무상 선물입니다.
이날 바치는 위령 감사송1-‘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진 부활의 희망’-은 이러한 희망을 확언해 줍니다. “그리스도께서 복된 부활의 희망을 주셨기에, 저희는 죽어야 할 운명을 슬퍼하면서도, 다가오는 영생의 약속으로 위로를 받나이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오늘 복음은 제가 참 좋아하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위령의 날을 맞이하여 죽은 모든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는 우리가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은 현세를 살아가면서도 주님께서 무상으로 주시는 희망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치고 힘든 나날일지라도, 나에게 안식을 주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그 따뜻한 음성을 기억하며 11월 한 달, 힘차게 살아가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