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입니다. 바티칸 대성전도 아닌 '라테라노'라는 생소한 성전을 봉헌한 것이 이렇게 축일로 기릴만한 것인지 궁금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보편 교회의 차원에서 볼 때 역사적·신앙적으로 의미 있는 장소입니다. 처음 그리스도교가 종교의 자유를 얻을 때부터 바티칸 대성전이 세워지기 전까지 역대 교황님들이 생활하시며 가톨릭교회의 총본산이요, 중심지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라테라노 대성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라테라노 대성전이 다른 어떤 성당이나 성지보다 더 거룩한 장소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 교회가 ‘라테라노’라는 이름을 들어 높이는 것은,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이름 아래 교회로 일치하여 하나가 되듯, 교회의 장소적 중심지였던 곳을 그러한 일치의 표상으로 삼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 복음 말씀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성전을 장사하는 곳으로 만들어버린 이들을 쫓아내시고 당신에게 그 이유를 따져 묻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주변 사람들은 예수님의 이 말씀이 장소적 의미의 성전을 두고 하신 것인 줄 알았지만, 실상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 사흘 안에 부활하실 당신 자신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구약에서부터 예수님 시대에까지 성전은 교회의 예표인 이스라엘 백성들이 모여 한마음 한목소리로 하느님께 다가갔던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모든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우리가 기도할 수 있는 성전이시며, 우리의 일치의 대상이 되시고,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모범이 되어주실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을 경축하는 오늘,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 아래 하나 되어 그분의 뜻에 일치하며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성전이신 그분께서 우리를 위해 못 박혀 돌아가시고 부활하셨다면, 그분을 바라보며 일치하는 우리는 그분을 따라 살려고 할 것입니다. 예수님이 그러하셨듯 미움을 미움으로 갚지 않고, 다른 이들의 상처 입은 발을 닦아줄 줄 알며, 이 세상 어려운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서 말입니다. 그 와중에 세상 많은 것이 우리 눈을 가리고 헷갈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할 성전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장사하는 곳으로 만들어버린 사람들처럼, 예수님의 뜻과 바람을 저버리고 나의 이익과 생각과 바람을 주님의 자리에 올려놓으며 말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성전을 정화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모진 시선을 감수하시며 애쓰신 것처럼, 지금도 우리를 위해 애써주실 분이십니다. 우리가 주님과 일치하려는 노력을 주님께서는 결코 헛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