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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더냐?”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5-12-11 10:43:17 조회수 : 44

오늘은 대림 제3주일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사순 제4주일과 마찬가지로 대림 제3주일을 '장미 주일'로 지냅니다. 이날 사제는 회개의 보라색 제의가 아니라 화사한 장미색 제의를 입고 "기뻐하여라."라는 입당송으로전례를 시작합니다. 긴 기다림의 시기인 대림 시기의 여정 중 신자들이 쉬어가며 성탄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본당에서는 수많은 단체가 성탄 준비에 마지막 박차를 가하면서 성탄에 대한 기대감을 갖습니다. 복사단은 전례 연습에 힘쓰고, 성가대는 성대한 미사곡들을 준비하며, 주일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참여하는 축제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우리가 준비하는 그 ‘기쁨’이 어느 곳을 지향하고 있는지를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요한을 두고 말씀하시며 ‘너희는 무엇을 보러 광야에 나갔더냐?’하고 물으십니다. 사람들은 요한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외쳤을 때, 그의 가르침을 듣기 위해 광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예언자가 머무는 화려한 궁전과 아름다운 천상의 노래와 산해진미가 차려진 식탁이었을까요? 사람들은 말 그대로 황량한 광야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낙타털로 된 옷을 입은 예언자를 보았는데, 그는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살던 이었습니다. 그가 사람들에게 전한 것도 금은보화가 아니라, '회개하라.'라는 요청과 '죄를 씻는 세례'였습니다. 우리가 성탄을 맞이하면서 보게 될 화려하게 장식한 트리와 구유도 하느님께 우리의 기쁨을 돌려드리기 위한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이 우리에게 약속한 것은 현세적인 복락과 명예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성탄을 기뻐하며 기다리고 있을까요? 그것은 온통 '초라'해 보이는 것들 뿐이지만, 주님께서는 그 사이로 우리에게 오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성탄 이전에도 이후에도 똑같이 아프고, 괴로워하고, 고민하며 방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우리 곁에서 함께 사시며 똑같이 아프고, 괴로워하고, 고민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이유 또한 외적인 화려함이나 마법과 같은 기적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 부분에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먼저 이 길을 가시며 우리의 삶을 이해해 주시고 보듬어주고자 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넘어지고 아파한다 하더라도 그 넘어짐은 주님과 함께 넘어짐이 됩니다.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나야 합니다. 또다시 넘어지는 순간이 온다 하더라도 우리는 주님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다음 번에는 더 잘 일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무엇 때문에 성탄을 기다리고 계시나요? 화려한 장식과 성탄 선물때문이 아니라, 주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할 수 있도록 함께 준비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느끼는 주님 사랑을 주변과 나눌 수 있는 성탄절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