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주보

수원주보

Home

수원주보 기사

하느님의 종들께 전구 기도를 청합시다 Ⅱ 신부님, 알아야 기도하죠

작성자 : 홍보국 등록일 : 2026-02-05 10:10:25 조회수 : 49

전구 기도의 문화는 천주교 신자가 길고 긴 교회의 역사 안에서 ‘신앙의 감각’으로 길러 온, 살아 있는 ‘신앙의 유산’입니다. 많은 분이 운전대 앞에 앉으며 이렇게 기도하곤 합니다. “성 크리스토포로,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는 으레 안토니오 성인께 찾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물으면 “다들 그렇게 하던데요?”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생애를 자세히 알지 못해도, 왜 그런 전통이 생겼는지 설명하지 못해도, 성인들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기도합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한국 교회 신자들은 한국 순교 성인의 삶을 ‘충분히’ 알아야만 그분과 친해질 수 있고, 그분의 성덕에 감화된 뒤에야 비로소 전구를 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물론 성인들의 생애를 알고 전구를 청하는 일은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반드시 지식이 먼저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반대입니다. 알아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해야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부르며 가까워지고, 자주 청하며 친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그분들의 삶이 궁금해지고, 그 행적을 찾게 됩니다. 신앙의 지식은 기도의 뒤를 따라오며 자랍니다.


전구 기도가 어려운 또 한 가지 이유는, 누구에게 청해야 할지 망설일 만큼 순교자와 신앙의 증인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124위 복자의 시성뿐 아니라, 조선 왕조 치하 순교 133위, 근·현대 신앙의 증인 81위, 베네딕도회 덕원 순교자 38위, 그리고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시복을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많은 것은 축복이지만, 복자와 하느님의 종들을 모두 기억하며 기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교회의 시복·시성 절차는 대상자가 많을 경우, ‘…와 동료들’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안건(causa)’으로 함께 진행됩니다. ‘하나의 안건’이라는 의미는, 한 분에게 청한 전구를 통해 치유의 은총이 일어나면 그 안건에 속한 모든 분이 시성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누구에게 청해야 하지?”라는 망설임은 “누구든 한 분만이라도!”라는 시작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구 기도는 시복·시성을 위한 치유 기적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일상이 전구 기도의 자리입니다.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사목하셨던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께 보호를 청할 수 있습니다. 신혼부부에게 축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순이 루갈다, 유중철 요한 복자 부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은 어떨까요? 또 “주님의 천사가 황금으로 만든 자를 가지고 우리의 모든 발걸음을 재고 계십니다.”라고 말하며 교우들을 격려했던 최경환 프란치스코 성인께, 지친 수험생 자녀를 맡겨 드리며 위로와 용기를 청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종들을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분들께서 우리의 사정과 눈물을 더 잘 알고 계시니 먼저 청하십시오. 모든 하느님의 종들을 다 기억하며 기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오늘부터 단 한 분의 하느님의 종이라도 마음에 새기고 청한다면, 다른 모든 하느님의 종들과 신앙의 증인들도 우리를 위해 함께 하느님께 빌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