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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사회의 가난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2-10 11:02:02 조회수 : 603

비대면 사회의 가난



카톡!”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저녁 8시에 시작할 회의 장소입니다.” 커피숍 이름이나 회의실 주소가 아닙니다. 온라인 화상회의실로 연결되는 길고 긴 인터넷 주소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 사이의 만남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기술 덕에 얼굴을 보며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는 멈추지 않고, 비대면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웬만한 회의는 비대면으로 진행되곤 합니다. 오가는 시간도 줄이고 교통비도 아끼고 불필요한 인사치레도 없애니 효율성이 높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들만 만나 정확하게 필요한 이야기만 나누는 효과적인 회의가 많아졌습니다.

아이들 학교부터 평생교육까지, 수많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좋은 강사 한 분을 모시면 강의실 크기 걱정 없이 더 많은 분에게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어 좋습니다. 다른 지역에 사시는 분들도 교통 걱정 없이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접근성이 더 좋아지고 비용도 줄어든 것 같습니다.

국제회의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시작합니다. 세계적인 유명 연사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들을 기회는 더 많아졌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수십 시간 날아다니지 않아도 세계인과 교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도 있습니다. 비대면 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방법부터 화상으로 이야기 나누는 문화까지 모두 어렵습니다. 비대면 문화 확산과 함께 더 많이 고립되실 수 있습니다. 아직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청년들도 어려움을 겪습니다. 가진 것 없지만 적극적인 청년들은 교육이나 세미나에 참여하거나, 관심 있는 기관을 방문해 인터뷰를 청한 뒤 본인의 의견을 전하며 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교류하며 맺은 관계는 학벌이나 지연 같은 폐쇄적 관계를 넘어서서 취업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비대면 사회는 이런 길을 막아 버렸습니다.

기술비대면 사회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덕에 코로나19 시대에도 만남과 활동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소외되는 이들도 있습니다. 기술 격차, 관계 격차는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냅니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요? 우선, 저는 부모님 댁을 방문해 화상회의 앱을 설치해 드리고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청년들을 위한 대화모임도 열어보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비대면 사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가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글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