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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에게는 왜 휴가가 없을까?

작성자 : 홍보실 등록일 : 2021-04-09 14:15:25 조회수 : 671

가정주부에게는 왜 휴가가 없을까?


코로나19로 가족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 동안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생각도 나누어 좋습니다. 그렇지만 나쁜 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집안일이 늘어났습니다.

많은 가정에서 집안일은 가정주부의 몫입니다. 식사를 준비하고 먹고 치우고 청소하고 빨래하며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버립니다.

그런데 집안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과는 대우가 전혀 다릅니다. 월급이 나오지도 않지만, 나라에서 연금을 내주지도 않고, 휴가를 보장해주지도 않습니다. 직장에 다니다 출산을 하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뿐 아니라 수당도 나오지만, 전업주부라면 이런 대접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원래 세상이 그런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핀란드의 복지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전업주부가 집안일을 하다가 다쳐도 정부에서 수당을 지급한다는 것입니다. 집안일도 엄연히 일이기 때문에, 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휴가를 쓰도록 지원을 해준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노동자가 직장에서 일하다 다치면 산업재해 보상을 해주고, 또 유급휴가를 내줍니다. 그런데 가정주부라고 해서 차별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정책이었습니다.

역시 복지국가라서 기본적인 철학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그 일이 어떤 일인지 가리지 않고 모두 존중해주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억대 연봉을 받고 하는 일이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하는 일이든 국가는 모두 같은 로 여기겠다는 선언입니다. 가정주부가 하는 일에 보수는 책정되어 있지 않지만, 적어도 국가에서만큼은 중요한 일로 인정하겠다는 생각이 담겨 있는 제도입니다. 그러니 가능한 복지혜택을 모두 주는 것이겠지요.

돈 잘 버는 대부호의 한 시간과 무료봉사하는 가정주부의 한 시간은 시장 가치로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게 이 세상의 규칙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규칙은 다릅니다. 우리에게 주신 시간의 가치는 모두 같습니다. 같은 시간 땀 흘려 일했다면, 하느님 앞에서 같은 가치로 인정받을 것입니다. 전업주부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위한 봉사 시간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만들어지는 순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눈에 보이는 돈으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일하는 시간은 모두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 이원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LAB2050 대표)